경기도 판교에 사는 30대 워킹맘 유경은 씨는 벌써 두 달째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월 중순 회사도 재택근무에 돌입하면서 유 씨는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되도록 외출을 삼간다. 그가 구직 중인 남편과 세 살배기 딸을 제외하고 외부인과 대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그의 일상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생필품과 신선식품은 모두 쿠팡·마켓컬리 등 장보기 앱을 이용하고 가끔 배달의민족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는다. 배송 요청란에 ‘문 앞에 두시고 벨만 눌러주세요’라고 쓰면 배달원과 마주칠 일도 없다. 업무는 메신저와 클라우드를 활용한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요가원에 가는 대신 유튜브로 각종 취미생활을 찾아보고 딸을 위한 요리를 개발한다. 유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생활법을 찾아가고 있고 이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자발적 격리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대한민국의 일상이 바뀌는 것이다. 이른바 코로나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규범)이다. 첫 사망자가 발생하며 사회 불안감이 커진 2월 20일 이후 유통업계의 비대면 거래, 재택근무, 온라인 학습, 홈엔터테인먼트 등이 크게 활성화됐다.
뉴노멀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유통업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O2O(온·오프라인 통합) 유통업체의 주문량이 크게 증가했다. 사람들은 감염 위험이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장을 보기보다 앱으로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고 배송받을 수 있는 장보기 앱을 선호한다.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해주는 ‘로켓배송’, 신선식품과 식료품을 주문 다음 날 새벽까지 배송해주는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쿠팡이 대표적이다. 새벽배송 업체인 마켓컬리와 SSG닷컴 이용객도 증가했다. 사태 초기 불안감에 주문량이 폭증해 품절이 빈번했지만, 사재기 열풍이 가라앉으면서 주문이 안정세를 찾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초기 주문 폭주 사태가 잠잠해졌고, 신규 가입자들의 재방문율도 올랐다”고 말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비대면 업무가 활성화하면서 직장생활에서도 새로운 모습이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비대면 업무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고, 공유, 협업에 좋은 정보기술(IT)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업무용 메신저 기능과 협업 기능이 있는 슬랙·잔디·팀즈·줌·아사나 등이 대표적이다. IT 대기업에 다니는 오지민 씨는 “재택 기간 중 팀원들과 ‘화상 회식’까지 해봤다”면서 “재택, 원격업무로도 충분히 업무 효율이 좋아 코로나19가 끝나도 지금 배워둔 여러 툴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미·여가 활동에서도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 하재현 씨는 매일 다니던 아파트 헬스장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자 유튜브를 보며 집에서 운동하고 있다. 그는 “간단한 스트레칭부터 스쿼트, 버피 등 집에서 매트만 깔면 할 수 있는 운동을 가르쳐주는 ‘홈트(home+training, 홈트레이닝)’ 영상을 찾아본다”고 했다. 실제로 집에서 할 수 있는 각종 취미생활과 관련한 앱이 덩달아 인기다. 다이어트 코칭 앱 ‘다노’와 명상 앱 ‘코끼리’는 코로나19 이후 가입자가 10% 이상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