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했다.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진행된 일이었다. 평상시에도 회사 업무 시스템 대부분이 다양한 개발관리 솔루션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직원 모두 훈련이 잘돼 있었기에 재택근무로 업무가 마비되는 일은 다행히 벌어지지 않았다.
재택근무를 시행하기 전에도 개발 관련 문서·자료와 개발 이슈 트랙킹은 아틀라시안(Atlassian)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고, 슬랙(Slack)을 기반으로 업무별 세분화된 채널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왔다. 또한 이전부터 업무 진행과 관리는 먼데이(monday.com), 트렐로(Trello)로 해왔기에 직원 모두 언제 어디서든 긴급하게 발생하는 업무를 문제없이 파악하고 진행해왔다.
그러나 장시간의 재택근무를 위해선 업무용 컴퓨터에서만 할 수 있는 개발·관리 업무를 회사 밖에서도 처리할 수 있어야 했다. 다양한 원격 제어 소프트웨어가 있었지만, 접속이 빠르고 간편한 데다 안정적 업무 진행에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는 구글의 크롬 리모트 데스크톱(Chrome Remote Desktop)을 사용했다. 회의는 최소화했고, 필요한 회의는 구글 행아웃(Google Hangouts)을 통해 음성 혹은 화상으로 진행했다. 처음에는 서로 음성이 겹치기도 해 어려움이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되는 효과도 있었다. 이렇듯 다양한 원격근무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 재택근무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고 별 차질 없이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정 내 근무환경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그중 직원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문제는 바로 공과 사의 구별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회사생활을 하면서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했다고 자부하던 나조차도 쉽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가족들도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했다. 회사에 출근했는데 당신의 아이가 거기에서 놀이를 하고 간식을 먹고 낮잠을 자는 등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일반적으로 가정생활과 회사생활은 패턴이 다르다. 업무시간뿐 아니라 휴식시간, 하다못해 식사시간조차도 다른 패턴으로 돌아간다. 그러다 보니 어떤 패턴에 맞춰야 할지 난감했다. 가족들에게 회사 패턴에 맞추라고 고집하기도 어려웠고 가정생활 패턴을 따르자니 직원들과의 업무 싱크가 맞지 않았다. 게다가 집에 있으니 아무래도 가정에서 발생하는 이슈에 대응해야 하고, 이것 때문에 회사에 왠지 죄스러운(?) 감정까지 생겨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다 보니 출근했을 때 가졌던 잠깐의 휴식도 마음 놓고 즐기기 어려웠고, 이는 곧 집중력 저하를 불러왔으며 오히려 출근할 때보다 더 큰 피로감이 쌓이게 됐다.
이 외에도 혼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한 외로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에 따른 오해, 명확하지 않은 출퇴근 시간으로 인해 업무 강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 보이지 않으니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 등 다양한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동료들은 토로했다.
처음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기대를 했었다. 특히 하루에 3시간을 출퇴근에 소비하고 있던 터라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했다. 재택근무를 단순한 근무형태의 변경이 아닌 새로운 근무형태로 보고 가정 내 근무환경 개선 등 철저한 준비와 보완,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