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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식재료 주문, 돌밥돌밥 하다 하루 다 가
김희중 주부 2020년 05월호


설 명절이 지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막내는 그동안 모은 용돈과 세뱃돈으로 게임기를 사고 싶다고 했다. 이미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있는데 굳이 게임기를 구입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아이가 간절히 원했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방학이기도 해 한두 달 하고는 말겠지 하는 마음으로 구입하도록 했다. 그 게임기가 코로나19로 끝도 없이 길어진 방학에 톡톡히 제값을 하고도 남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한 채 말이다.
코로나19는 지난해 말 중국에서 시작될 즈음만 해도 그저 남의 나라 일일 뿐이었다. 그러나 2월 말부터 대구를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나에게도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리기 시작했다.
남편은 탄력근무가 가능한 직장이라 꼭 출근해야 할 일이 없으면 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재수를 끝내고 대학 새내기가 된 첫째는 캠퍼스를 누비며 청춘을 불사르겠다는 꿈이 물거품이 됐다. 입학식이 연기되더니 1학기 수업 전체를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한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올해 고3이 된 둘짼 개학이 계속 연기되더니 온라인 개학이 확정되고 수능까지 2주 미뤄지는,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고 말았다. 중2인 셋째는 친구들과 놀러가고 싶어 하고 그저 여름방학이 줄어 걱정인 철부지이고, 초4인 막내는 방학이 늘어났다며 맘껏 게으름 부리며 노는 게 즐거울 뿐이다.
남자 다섯이 하루 세끼를 집에서 해결하다 보니 돌밥돌밥(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리고)하다 하루가 다 간다. 세끼 밥뿐 아니라 간식까지 몇 번씩 어마어마한 양을 먹어대니 식재료를 확보하는 것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직접 장을 보러 나가긴 불안해 대부분 온라인으로 조달하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주문 버튼을 클릭한다. 평소 정기배송 받던 자연드림이나 오아시스 같은 온라인 생협 매장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면서 짧게는 1주 길게는 2주까지 배송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다행히 쿠팡 등을 통해 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었다.
성인보다 많이 먹는 성장기 아들들, 그것도 식성도 취향도 다 다른 아이들을 삼시세끼 집에서 해먹이려면 반조리식품의 도움이 절실하다. 빠른 시간 안에 조리가 가능한 밀키트(meal kit) 등을 전보다 많이 구입하게 됐다. 덕분에 서로 다른 시간에 일어나 배고프다며 밥을 찾는 아이들에게 각자 원하는 메뉴를 불과 몇 분 안에 척척 대령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가정간편식(HMR) 역시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넉넉하게 구비해놓고 있다.
지금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위해 데스크톱부터 노트북, 스마트폰까지 총동원해 각 방마다 한 명씩 대기 중이다. 갑자기 다가온 전국 원격수업이 낯설지만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기기와 가까운 요즘 아이들은 그만큼 적응이 빠른 듯하다. 오히려 기성세대인 부모나 선생님이 따라가기 버거운 모습이지만 좋은 경험이 쌓여 발전해가리라 믿는다. 부디 코로나19가 얼른 종식돼 친구가 그 누구보다 소중한 아이들이 교정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빨리 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이들과의 집콕생활이 이어지면서 ‘살천지’에 ‘확찐자’가 되고 있고 코로나가 아니라 과도한 가사노동으로 쓰러질까 무섭다는 말들이 괜한 엄살로만 들리지 않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다 큰 아이들과 언제 이렇게 오랫동안 복닥복닥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나저나 내일은 또 뭘 해먹나 하는 고민에 흰머리가 늘어나는 것 같은 하루가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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