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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멈추니 드러난 맑은 하늘…단 수개월 사이 변화 보인 환경
조성민 세계일보 기자 2020년 06월호



최근 소셜미디어 등에서 재조명된 영화가 있다. 악당 타노스가 인류 절반을 절멸시킨 이후를 그린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다. 영화 속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이후 5년이 지나자 미국 뉴욕 허드슨강에 고래 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인류 활동이 절반으로 줄어들자 심각한 수질오염 상태를 지적받아온 허드슨강이 깨끗해지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타노스가 옳았다.” 이 장면을 두고 소셜미디어에는 이 같은 우스갯소리가 떠돌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이 실시한 지역봉쇄, 이동제한 등으로 인간의 활동이 멈추자 지구가 다시금 맑은 하늘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차량 등 이동수단 사용이 줄고 공장 등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대기오염도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그동안 기후환경운동가들이 강조해온 인간의 ‘책임’이 고작 수주∼수개월 사이에 눈에 보이는 변화로 드러난 셈이다.
변화는 수치로도 증명됐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측정한 보스턴, 워싱턴 등 대도시권의 이산화질소 수치는 50% 이상 감소해 2005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상태에 이르렀다. 자동차나 발전소 등 화석연료 연소 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는 공기질의 척도가 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파리(–45%), 호주 시드니(–38%),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26%),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9%)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우리나라 역시 미세먼지 농도가 전년 동기 대비 27% 줄었다. 지난 2월 중국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봉쇄에 들어가기 전인 1월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으며 인도에서는 북부 펀자브 지역의 잘란다르에서 100마일 이상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의 눈 덮인 정상이 수십 년 만에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대기질이 좋아졌다.
인간이 차지했던 자리에는 야생동물들이 돌아왔다. 인도에선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리들리 바다거북이 10년 만에 다시 출현하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선 깨끗해진 운하에 해파리가 등장했다. 미국 시카고 도심과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인근에서는 코요테가 등장했고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퓨마가 거리를 배회했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는 도심 공원에 한 무리의 자칼 떼가 나타나기도 했다.
사실 인류가 위기를 맞으면 환경이 개선되는 역사는 반복돼왔다. BBC는 지난 100년간 탄소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극단적 감소가 일어난 시기가 여러 번 있다고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 당시 탄소배출량은 4억5천만톤 감소했다. 1978년 2차 석유파동 여파에는 10억톤이 급감했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도 8억톤가량 줄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에너지소비량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으로 따지면 인도 전체가 1년 동안 에너지 소비를 안 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영국의 데이터 기반 기후변화 매체 카본브리프도 올해 탄소배출량이 20억~30억톤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타노스의 출현만큼은 아니지만 코로나19가 전례 없는 위기인 것은 확실하다. 다만 위기는 계속될 리 없고 환경개선 효과 역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해결책은 단기적 감소에 있지 않고 장기적인 친환경에너지 생산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위기는 기회를 줄이고 우리에게 우선순위를 재설정하도록 강제한다. 이참에 우리 삶의 초점을 바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가족과 친구, 공동체의 건강과 안녕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존하는 환경 같은 것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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