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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은 회복이다
이길훈 쉐어니도 마케팅총괄 2020년 06월호


환경 친화적인 삶은 마라톤과 같다. 삶을 관통하는 철학의 문제이자 끈기 어린 인내의 수확물이다. 진입장벽 또한 높아서 이 불편한 일들이 우리의 바쁜 일상에 끼어들 틈은 없다. 이렇듯 거대하고 심각해, 심지어 요원하게까지 느껴지는 이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우리는 가져볼 수나 있을까? 유럽에 가기 전까지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4년 전, 직장 근무차 유럽에서 생활하면서 접한 지역공동체 내의 작고 다양한 환경운동은 꽤 인상적이었다. 환경 문제를 자신의 삶의 의제로 받아들이는 그들의 여유와 삶의 자세를 접하며 울컥하던 순간도 많았다. 직장 동료 에밀리는 자연과의 교감을 늘리기 위해 매 주말 친환경 캠핑을 다녔고, 동네 친구 조나단은 환경과 동물권을 지키는 비건의 삶에 늘 자부심을 가졌으며, 안나는 전기 없는 삶(비전화)에 관심이 많았다.
시나브로 스며들었을까? 점차 환경에 관심이 생기며 이를 내 문제로 인식하는 데 1년 정도 걸렸다. 거대한 행동으로 여겨지던 환경운동이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작고 소중한 실천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 보는 눈이 바뀌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았고 세상이 따뜻했다. 큰 수확이었다.
스웨덴 스톡홀름을 주말 여행지로 자주 찾았는데, 그때 플로깅(plogging)을 처음 만났다. 이른 아침 러닝복을 입고 하나둘 모여 준비운동을 한 후 힘찬 구호와 함께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무리들을 봤다. 도심 한가운데서도, 공원 숲길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마냥 신기했다가, 서울에서도 이런 멋진 일들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운동, 즉 나의 편리함을 위해 환경이 파괴된다는 죄책감의 연결고리가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운동이 바로 플로깅이었다.
그러던 차에 서울로 복귀하며 발판이 마련됐다. 당시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었는데 주말 아침에 잠만 자던 룸메이트들에게 함께 플로깅하자며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주말 아침을 일찍 시작하면 얼마나 좋은지, 주말이 길어지는 마법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렇게 2019년 4월에 시작된 ‘플로깅데이’는 현재 100여명의 멤버와 함께하는 2030 플로깅 전문 러닝크루로 주목받고 있다. 모임이 성장하며 플로깅을 비롯해 제로웨이스트, 게릴라 가드닝, 플라스틱 어택(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지를 매장에 버리고 오는 운동) 등 다양한 에코 라이프스타일을 나누는 친환경 커뮤니티로 거듭나고 있다. 향후에는 지방과 해외의 다른 플로깅 모임들과 연계해 협업을 진행하려고 계획 중이다.
셰어하우스에 사는 2030 밀레니얼 세대와 친환경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면서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사회적 단절과 외로움의 크기를 실감했다. 그 연장선에서 ‘친환경’이라는 삶의 화두가 2030에게 줄 수 있는 힘을 느낀다. 플로깅데이를 통해 경험한 긍정의 에너지로 고단한 대학 생활과 취준 생활을 버틴다는 멤버들의 후일담을 나누고 나면 사명감마저 드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2030에게 플로깅은 회복이다. 나만을 위한 선택에 익숙한 그들에게,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마을을 위한 나의 작은 보탬은 짜릿하게 전달된다.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작고 사소한 실천! 어렵고 숭고했던 친환경 운동이 기꺼이 우리 일상으로 초대되는 경험을 위해 플로깅에 참여해보길 권한다. 그 실천 안에서 건강한 관계의 회복을 느껴보길.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