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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밥상은 곧 채식밥상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2020년 06월호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은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와 인류의 삶을 위협할 상수로 존재할 것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다른 형태의 전염병으로 다시 나타나고 그 주기도 점점 더 짧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2018년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서면 기후변화가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돼 더 이상 인류가 노력해도 되돌릴 수 없음을 경고했다. 탄소예산을 검토하면 임계점까지 8~9년이 남아 있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둘 다 우리의 밥상과 깊이 관련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가 21세기 초반에 새롭게 나타나거나 재발한 인간 질병의 75% 이상이 동물이나 동물성 식품에서 유래된 병원체가 원인임을 밝힌 바 있고, 지난해 8월 IPCC 또한 세계 각국 정부가 승인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를 통해 밥상의 변화가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에 얼마나 중대한 기회를 제공하는지 천명했다.
국제적으로 널리 인용되는 2006년 유엔의 「축산업의 긴 그림자」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총량의 18%를 방출한다. 자동차, 배, 비행기 등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13.5%와 산업 분야의 16%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또한 전 지구적 토지사용과 삼림 및 생물종 파괴, 식량과 물 부족 및 각종 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인식 부족과 경제·문화적 습관, 글로벌 상품 등의 이유로 국가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간과돼왔다. 햄버거 하나의 실제 가격이 최소 200달러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외부효과가 막대함에도 정작 식품 분야 온난화 대책으로 국내에서 거론되는 것은 푸드마일리지 정도다.
생산에서 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전 과정 평가(LCA)에 따르면 식품이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멀리 이동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생산되는지가 관건이다. 환경부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는 식재료 생산과정에서 77%, 조리과정에서 21%, 운송과정(푸드마일리지)은 단 2%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왔다. 예컨대 평소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하이브리드카를 타는 A씨는 점심으로 쇠고기를, 반면 같은 배기량의 휘발유 차량을 쓰는 B씨는 칼국수를 먹는 경우를 비교해보자. 35km를 달린 뒤 두 사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출해보면, 하이브리드카를 타는 A씨는 차량에서 3,465g, 쇠고기 150g 섭취에 7.72kg, 총 11kg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반면 B씨는 휘발유 차량에서 4,900g, 칼국수 200g 섭취에 100g, 총 5kg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쇠고기 점심 때문에 A씨는 하이브리드카를 운행하고도 온실가스를 2배나 더 많이 배출한 셈이다.
저탄소 밥상이란 곧 채식밥상이다. 에너지 사용과 푸드마일리지가 적은, 제철에 나는 지역식품이면 더 좋다. 통곡류에다 직접 텃밭을 일궈 신선한 채소를 유기농으로 먹으면 정서발달과 자녀교육에도 유익하다. 이러한 밥상이 어찌 건강에도 안 좋겠는가. 적당한 운동과 채식밥상으로 심장병은 80%, 제2형 당뇨병은 90%, 뇌졸중이나 일부 암은 70%까지 감소시켰다는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임상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예방의학학회는 축산업이 기후변화와 전염병·만성질환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건강한 채식보급을 전 지구적 보건정책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채식선택권 같은 인권이나 동물권은 물론, 보조금·탄소세 등 지속 가능한 선택을 강화하는 정부 역할의 혁신과도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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