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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공간과 주거공간의 통합,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
김종대 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2020년 07월호
 

일하는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일하는 공간은 주거공간과 분리돼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기 때문에 주거단지와 업무단지, 혹은 상업단지를 구분하는 도시계획 전략이 현재의 도시를 만들었다. 업무공간과 주거공간이 나뉘게 된 것은 산업혁명의 영향이었다.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과 사무실이 생기고 사람들은 먼 거리를 이동하는 출퇴근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일하는 공간과 주거공간을 통합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일하는 공간과 주거공간의 통합은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이기도 하다. 세계경제가 저성장, 저물가, 높은 실업률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소규모 개인서비스 사업들이 성장하게 되자 예전처럼 큰 규모의 업무공간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일을 위한 공간을 따로 얻기보다는 주거공간의 일부를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면서 일과 주거공간의 공존이 다시 시작됐다. 특히 유튜버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나 통신판매를 하는 사람들은 굳이 집과 분리된 장소를 얻을 필요가 없게 됐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처음에는 업무의 효율성에 의심을 품었던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보다 업무처리가 수월해 놀라는 반응이 많다. 자신이 회사를 비웠는데도 일이 되는 모습에 살짝 불안함을 느꼈다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경험한 사람들은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매일 아침, 사람이 가득 찬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출퇴근이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에 자녀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자신을 위한 취미생활을 할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보면 차량 사용이 줄어 에너지를 절약하고 공기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사적인 공간인 집에서 공적 활동을 함께하는 데는 약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한 외국인 교수가 집에서 생방송으로 인터뷰를 하던 중 갑자기 아이들이 방에 들어오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일을 위한 공간은 다른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고 함께 작업을 해야 하는 공적 공간으로 사적인 생활공간과의 조화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거실을 중심으로 방들을 배치한 관계로 어느 방을 가더라도 거실을 통과하게 돼 있다. 그래서 아파트의 방 하나를 일 공간으로 만들었을 때 사적 공간과 분리되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거실 중심형이 많은 우리나라의 주택도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분리가 어렵다.
점점 더 사생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사적 공간의 공적 공간화는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공간은 진화한다. 흔하진 않지만 두 세대의 독립적인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세대분리 아파트’의 경우 세대별로 분리된 입구를 통해 공적 공간의 확보가 가능하다. 새로 짓는 아파트나 주택의 경우 1층은 업무공간, 2층 이상은 주거공간으로 조성한다면 층별로 나뉜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이 충돌 없이 한집에서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공간이 주거공간 안으로 들어왔을 때 천편일률적이던 현재의 주거공간이 다양화될 것이다. 공간의 다양화는 삶의 다양화를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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