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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처, 재택근무·시차출퇴근제 도입…공직사회도 변화 바람
김현예 중앙일보 기자 2020년 07월호


기사 쓰는 일을 업으로 삼은 지 올해로 16년째인데도 조금 듣기 싫은 말이 있다. “어디냐”는 상사의 질문이다. 기합이 바짝 들었던 수습시절부터 지금껏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나를 못 믿어서일까’ 같은 생각 때문일 테다. 이 질문을 좀 달리 듣게 된 것이 올해 코로나19로 기자실이 폐쇄되면서부터다. 재택근무는 일상이 됐고, 회사에선 더 이상 “어디냐”고 묻질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맞게 된 또 다른 풍경이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이하 인사처), 소방청과 같은 곳을 담당하다 보니 주로 전화를 걸게 되는 사람들은 공무원이다. 그런데 수화기 건너편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왕왕 들리고, 설거지를 하는 달그락거리는 소음, 더러는 아침식사 소리까지도 듣게 된 것이다.
한 번의 에피소드처럼 ‘집단 재택근무’일 줄로만 알았던 것들이 일상이 될 조짐이다. 이 바람은 공무원 사회에도 불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이지만, 달라질 일상은 어쩌면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시작은 정부의 안살림을 하는 인사처의 발표였다. ‘2020년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엔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하겠다는 안이 담겨 있었다. 재택근무의 시작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끝낸 이후에도 코로나19는 산발적으로 번졌다.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니 ‘생활 속 거리두기’를 아예 업무 지침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인사처에 따르면 새 지침에 따라 정부 부처별로 상황에 맞는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제 조율에 들어갔다. 이전과는 달라진 일하는 방식이 시작된 셈이다.
사실 재택근무를 하려면 집에서도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보안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정보통신기획팀에서 올 들어 공을 들이고 있는 것 역시 이 시스템이다. 김진하 서울시 정보통신기획팀장은 보안시스템을 만들면서 재택근무를 직접 해봤다.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3월 초부터 지금껏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김 팀장은 “재택근무 문화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 초만 해도 보안접속시스템상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인원은 500명에 불과했다. 서울시 공무원(소방공무원 포함)이 1만6천명인 점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숫자였다. 서울시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동시접속자가 2,500명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늘렸다. 현장근무자를 제외하고 노트북 PC로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서울시 공무원은 약 9,100명. 이 중 4분의 1이 집에서 일할 수 있을 정도로 환경을 바꾼 것이었다. 이후 최대 1만명까지 집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보한 서울시는 모니터링을 했다. 3월엔 1,300명이 집에서 일했고, 6월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700~800명 수준으로 재택근무자가 줄었다.
집에서 일을 하면 전보다 일을 덜하게 될까? 김 팀장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일을 덜할 것 같았지만 모니터링 결과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똑같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결국 ‘일’이 문제지 ‘일하는 장소’의 문제는 아니란 뜻이다.
직접 재택근무를 해본 그 역시도 장점을 꼽았다. 하루 2~3시간 걸렸던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노트북 PC를 이용해 집에서 일하다 보니 젊은 공무원들의 반응도 좋았다. 반면 데스크톱 PC에 익숙하고 모여 앉아 회의하는 방식이 편한 간부들의 반응은 저조했다. 김 팀장은 “재택근무의 단점은 소통이었다”며 “각자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화상회의를 하더라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간다면 집에서 일하면 ‘근무에 태만할 것’이라는 재택근무를 바라보는 ‘꼰대스러운’ 시선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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