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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그리운 계절, 랜선으로 만나는 네 가지 바다
강화송 트래비 매거진 기자 2020년 08월호



폭신한 모래사장을 거닌다. 잔잔한 파도는 이 시간이 꿈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바다가 그리운 계절, 랜선으로 여름 바다를 즐기자(사진제공: 필자).

01 ‌청량한 로타 블루, 북마리아나 제도 로타섬(Rota, Northern Mariana Islands)
바다를 바라고 떠난 여행에서 바다를 보고 놀라는 일, 쉽지 않다. 로타는 그 어려운 걸 해낸다. 로타는 북마리아나 제도 연방 최남단에 위치하는 조그마한 섬이다. 사이판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로타의 바다는 촉감이 없다면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하다. 종종 제멋대로 불어오는 바람에 수시로 뒤척이는 파도 소리만 섬을 가득 메울 뿐이다. 과거 로타를 방문했던 미국 미술학자들은 로타 바다의 푸른빛을 보곤 ‘로타 블루’라는 단어를 학명으로 정식 등재했다. ‘로타 블루’의 진가는 스위밍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위밍홀은 바닷물이 고여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천연 수영장이다. 거대하게 펼쳐진 암초가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막아주어 물이 고였다 빠지기를 반복한다. 작열하는 태양은 잠시 머물러가는 바닷물을 따스하게 데워준다. 썰물은 따뜻하고, 밀물은 시원하다. 


02 ‌태초의 자연, 세이셸 앙스 수스 다정 해변(Anse Source d`Argent, Seychelles)
어릴 적 그린 바다를 기억한다. 도화지 반을 갈라 칠해낸 파란색 하늘, 그곳을 부유하는 포근한 구름. 거대한 바위 옆으로 지나가는 거북이, 그리고 오직 토파즈색만 가득한 바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조리 그려 넣은 그림, 그곳이 세이셸 앙스 수스 다정 해변이다. 세이셸은 115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매력적인 섬은 라디그섬(La Digue)이다. 바로 그곳에 앙스 수스 다정 해변이 자리한다. 라디그 항구에서 남쪽으로 2.7km를 이동하면 거대하고 둥그스름한 화강암 사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라디그섬의 화강암은 무려 1억5,000만년 전부터 자연이 조각해온 예술 작품이다. 육중한 돌무더기 사이를 거닐고 있으면 태초의 풍경에 서서히 압도된다. 앙스 수스 다정 해변은 수심이 낮아 수십 미터를 걸어도 여전히 허리에서 파도가 찰랑거린다. 아마 바다라는 개념이 처음 생겼을 때, 혹은 누군가가 무엇을 보고 바다라고 이름을 부여했을 때, 그 모습이 바로 이곳이지 않았을까. 옅은 확신이 들었다.


03 ‌장미를 닮은 해변, 인도네시아 코모도 핑크비치(Komodo Pink Beach, Indonesia)
이른 봄 벚꽃 잎과 닮은 분홍빛 해변이다. 지구상에 수많은 해변 중 핑크색 모래사장을 거닐 수 있는 곳은 단 7곳뿐이다. 버뮤다, 바하마의 하버 아일랜드, 필리핀의 산타크루즈, 이탈리아 부델리섬, 네덜란드의 보네르, 그리스의 바로스 그리고 바로 이곳, 코모도 국립공원에 위치한 핑크 비치다. 코모도섬은 인도네시아 라부안 바조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해변이 핑크색인 이유는 ‘붉은 파이프 오르간 산호’의 알갱이가 모래 사이사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잘게 조각난 산호 알갱이는 상당히 날카롭기 때문에 항상 발을 조심해야 한다.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가시를 품고 있는 법, 그러고 보니 핑크비치는 장미를 닮았다. 해 질 무렵이면 핑크비치의 모든 것이 붉어진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의 기분까지도.


04 ‌지중해의 낭만, 몰타 고조섬(Gozo, Malta)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으로부터 지중해를 가로질러 남쪽으로 93km, 그곳에 몰타가 있다. 아프리카 대륙과 더욱 가깝지만 행정적으로는 유럽이다. 몰타는 크게 3개의 섬으로 분류된다. 몰타섬과 코미노섬, 그리고 고조섬이다. 고조섬은 여러모로 제주도와 닮아 있다. 한적한 들판과 더딘 구름, 소박한 돌담까지. 몰타섬 북쪽에 위치한 치케와(Cirkewwa)항에서 페리를 타고 25분이면 고조섬에 도착한다. 몰타어로는 아우데시(Ghawdex)섬, 아랍어로 기쁨을 의미한다. 고조의 바다를 한눈에 담기 위해서는 시타델에 오르는 것이 좋다. 라임스톤, 초록 듬성한 들판, 저 멀리 넘실거리는 지중해의 낭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아즈라 윈도우(Azure Window)가 유난히 아쉽다. 아즈라 윈도우는 수천 년의 바람과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생겨난 자연 아치였다. 현재는 무너져내려 잘린 단면만 덩그러니 남았을 뿐이다. 흔적을 보고 아스라이 기억하는 일, 그것이 요즘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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