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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의 경제·사회적 가치, 투자비용의 44배
이성규 YTN 사이언스 기자, 『질병 정복의 꿈, 바이오 사이언스』 저자 2020년 09월호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약 2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5천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스페인 독감 발발 이후 100여 년이 지난 2020년 인류는 또다시 바이러스의 위협에 휩싸였다. 지난해 말 처음 보고된 코로나19는 8월 24일 현재 누적 확진자 수가 2,400만 명에 육박했고, 사망자는 80만 명을 넘어섰다. 스페인 독감 발생 이후 의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인류가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페인 독감과 코로나19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스페인 독감 때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사태에도 치료제와 백신이 없다는 점이다.
치료제와 백신은 인류가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둘은 그 쓰임새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치료제는 발병 후 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학적 수단이고, 백신은 발병 전 감염을 막기 위한 예방적 차원의 의학적 수단이다. 사람 몸을 자동차에 비유해보면, 치료제는 고장 난 자동차 엔진을 고치는 수단이며, 백신은 자동차 엔진이 망가지지 않도록 평소 주기적으로 주입하는 엔진 오일이다.
치료제와 백신 둘 다 중요하겠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치료제보다 백신이 훨씬 더 중요해 보인다. 앞서 기술한 자동차 엔진의 사례를 살펴보자. 엔진 오일은 기껏해야 5~7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엔진이 고장 난다면 그 고장 정도에 따라 엔진을 아예 통째로 바꿔야 할 수도 있다. 그 비용이 엔진 오일 교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의료 학술저널 『헬스 어페어스』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노스캐롤라이나대 약학대학원의 오자와 사치코 부교수 연구팀은 백신 접종으로 병을 예방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백신 비용의 16배에 달하며, 사망·장애 예방에 따른 포괄적인 경제·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하면 그 이익은 44배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아이들이 잘 걸리는 대표적인 바이러스 질병인 홍역의 경우를 살펴보자. 1963년 홍역 백신이 나오기 전 10년간 미국에서는 매해 홍역 감염자 수가 300만~400만 명에 달했고 그중 400~5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홍역 퇴치를 목표로 1978년부터 홍역 백신 접종을 적극 시행한 결과, 1981년에는 미국 내 홍역 감염자가 전년 대비 80% 줄었다. 2000년 CDC는 미국 내 홍역이 완전히 퇴치됐다고 선언했다.
지금 전 세계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미국 등 선진국은 아직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백신 후보 물질에 대한 선구매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들 국가가 백신 선점에 나선 것은 유망한 백신을 미리 구매해 자국민을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고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주지하다시피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고강도 격리 조치, 봉쇄 조치 등이 이뤄지면서 지역 경제활동, 나아가 나라 전체 경제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이 없다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방법이 없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각국 당국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목 빼고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도 자체 백신 개발에 돌입했으며, 자국민 보호를 위해 백신 확보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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