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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원 일부러 ‘약하게’···백신 이렇게 만든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2020년 09월호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손자병법』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구절이다. 이 교훈은 감염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예방하는 백신과도 통한다. 전염병의 병원체를 알고 예방법을 알면 치료 걱정 끝이다. 백신은 우리 몸의 질병을 어떻게 예방할까?
백신의 원리를 알려면 인체 면역계를 이해해야 한다. 코로나19 퇴치의 핵심 또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계를 갖추는 것이다.
우리는 바이러스가 인체를 쉽게 뚫고 들어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체의 면역계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면역계는 몸 안에 들어오는 침입자, 즉 세균·곰팡이·바이러스 등의 병원균과 미생물, 기생충, 암세포 등을 쫓아내기 위한 방어체계다. 인체는 오랫동안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며 이들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견고한 방어체계를 갖춰왔다.
인체의 면역세포는 외부에서 이물질(항원)이 침입하면 항체를 만들어 싸운다. 이를 항원-항체 반응이라고 한다. 항원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물질이고, 우리 몸을 방어하는 물질은 항체다. A 항원이 들어와 몸이 감염되면 면역세포의 면역반응이 일어나 A 항체가 만들어진다. 우리 몸은 이 항체 만드는 방법을 기억했다가 A 항원이 재침입하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재빠르게 A 항체를 만들어 공격하거나 제거한다.
백신은 이 면역세포 항원-항체 반응의 기본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즉 바이러스처럼 병을 일으키는 항원을 일부러 ‘약하게’ 만든 것이 백신이다. 이를 인체에 주사하면 백신 속의 약한 바이러스는 병을 일으키지 못하지만, 면역세포는 미리 항원을 경험하고 이에 대항할 항체를 체내에 만들어놓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나중에 똑같은 항원이 체내에 들어오면 미리 만들어둔 항체가 재빨리 항원을 죽여 병을 예방한다.
그렇다면 우리 몸을 지키는 백신은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될까. 백신 개발은 크게 ‘후보물질 발굴’과 ‘효능·안전성 검증’ 단계로 나뉜다. 먼저 백신 연구자들은 항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단백질 정보를 가진 염기서열을 찾아 후보물질을 정한다. 실제 감염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산할 수 있는 물질을 여러 접근법으로 찾아낸다.
백신 후보물질이 발굴된 후의 과정은 안전성과 효능 검증이다.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고, 인체를 대상으로 다시 임상시험을 한다. 임상시험에서는 실제 의료 테스트가 이뤄지는데, 보통 1상·2상·3상 시험의 3단계 과정을 거친다. 시험 대상자는 나이, 인종, 성별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다.
1상 시험에서는 건강한 성인이 백신 투여 대상이다. 투여 후에는 면역반응이 얼마나 강력한지, 백신이 얼마나 안정적이며 효과적인지 파악한다. 2상 시험은 규모를 더 키운 성인 집단이 대상이다. 집단 대상자들에게 백신을 투여하면서 적정 투여량과 최대 허용량, 투여 기간 등을 검증한다. 마지막 3상 시험에서는 수백에서 수천 명의 다양한 대상자를 기반으로 백신의 확실한 효능과 안전성을 확증한다. 발생 가능한 부작용도 추가적으로 확인한다.
3단계의 임상시험은 보통 수년에서 십수 년까지 걸린다. 팬데믹처럼 급한 경우가 아니면 이 과정을 모두 성공적으로 거쳐야 국제기관의 승인을 받아 제품으로 대량 생산된다.
지구촌에는 지금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사람들은 무얼 바랄까. 사회적 거리두기도 전국적 봉쇄령도 아닌 바이러스를 다스릴 기적의 백신 개발이 아닐까. 우리는 언제쯤 마음 놓고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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