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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조로 백신 개발·분배 문제 풀자
최은경 경북대 의과대학 조교수 2020년 09월호



코로나19 대유행은 그간의 국제 공조를 통한 글로벌 보건 문제 해결 노력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새로운 전염병의 유행 속에서 백신 개발과 분배가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은 12~18개월 내 개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백신 개발을 완료하는 것과 충분한 양의 백신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가깝게는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이하 신종플루)의 예를 들 수 있다. 2009년 신종플루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과거 유행 경험을 바탕으로 발발 6개월 만에 빠르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 영국, 캐나다, 스웨덴 등 일부 부국은 백신 제조사와의 사전구매 계약을 통해 독점적 양의 백신을 확보했다. 이들 국가는 팬데믹 최고 국면이 지나간 후에야 가난한 국가에 기부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역시 유사한 경과를 밟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백신이 충분히 생산되더라도 부유한 국가만 백신을 독점한다면 가난한 나라의 코로나19 유행은 종식되기 어려울 것이고, 글로벌 차원에서 팬데믹이 종료될 수도 없을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수준의 복잡한 백신을 전 세계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회사가 미국, 영국, EU 등에만 있다는 점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백신 생산 능력이 있는 이들 국가에서 마스크나 인공호흡기 수출을 통제했던 점을 생각한다면 백신도 유사한 결정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백신 국가주의를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세계백신면역연합과 같은 민간재단의 초기 투자를 통해 백신의 생산과 분배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백신 전달까지의 기한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이는 가난한 국가까지 백신이 배분되는 기한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기부를 통한 공급에서 제외되는 중진국은 배제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국제협력체제 파트너십’이다. 이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진단기구의 빠른 개발과 평등한 배포를 목표로 발족한 체제다. WHO 체제는 공동 개발과 공정한 분배를 동시에 추구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기존의 다자주의에 입각한 협력은 많은 도전을 받고 있으며, 각국 정치인들은 더욱 심화된 국가주의 물결에 직면하거나 편승한다. 국가 우선주의는 국제 협력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국제적 의료 기기 및 인력의 공급 흐름을 막음으로써 팬데믹 대응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의 백신 분배만큼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론이 가장 잘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은 없다. 가장 이기적인 행위자라도 게임이 반복되면서 협력이 무산됐을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이 더 커지는 것이 예측된다면 협력하게 된다. 백신 개발과 공급은 한 번의 승부로 결정되는 게임이 아니며, 지속적인 개발과 시도, 공급이 연결되는 장기적인 과정이다. 일부 국가가 초기 개발된 백신을 독점해 타국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경우 이후 개발된 더 좋은 백신의 혜택을 받기 어렵게 한다면, 어떤 국가도 독점을 선택하긴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의 종류는 매우 다종·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으며, 백신 공급 체인은 이미 글로벌화돼 있다. 어떤 국가도 모든 백신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분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백신이 국내에서만 사용되지 않고 다른 국가와 공유됐을 때 더 좋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정책 담당자들이 갖는 것, 이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는 것, 그리고 백신 개발업자들에 구체적인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 등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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