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모바일 대메뉴명

KDI 경제정보센터

16개 경제부처가 만드는
국내 유일의 경제 정책 정보지

나라경제

발행물

이슈

“코로나19 백신 연내 개발돼도 국내 접종까진 상당한 시간 걸릴 것”
이철우 국제백신연구소(IVI) 예방의학 전문의 2020년 09월호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확보하려는 경쟁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백신 개발 및 연구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제기구의 본부가 서울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공원에 위치한 국제백신연구소(IVI)는 세계 공중보건 향상을 위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백신을 발굴·개발해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1997년에 설립됐다. 이곳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이끌고 있는 이철우 연구원으로부터 백신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와 생각을 들어봤다.

IVI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린 시절부터 국제보건에 관심이 많았다.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세계 곳곳을 다니며 살 기회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식수, 필수 예방접종 등 생활의 기본적인 것도 공급받지 못하는 인구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국제보건에 종사함으로써 이들이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런 부분의 개선이 결국 세계적으로 신종 감염병의 발생 및 유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위해 예방의학 전문의를 취득했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5년간 역학조사관으로 일했다.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서 에볼라, 콜레라, 지카 등에 대한 역학조사 및 연구를 수행하다 보니 신종 감염병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고, 역학조사를 넘어서 이러한 감염병을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IVI에 합류하게 됐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현재 IVI는 국내에서 진행 중인 두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을 수행 또는 지원하고 있다. 그중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지원으로 미국 이노비오(Inovio)의 DNA 백신을 공급받아 진행하고 있는 임상시험은 IVI 주관으로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국립보건연구원 등과 협력해 수행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코로나19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승인받은 최초의 백신 임상시험이다. 현재 임상시험 계획·수행 전반에 걸친 업무를 맡고 있다.

DNA 백신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비교적 새로운 백신 플랫폼 기술이다. 백신은 바이러스와 유사한 물질(항원)을 우리 몸에 주입해 항체 형성을 유도함으로써 진짜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이를 물리칠 수 있도록 우리 몸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써왔던 기술인 생백신이나 사백신은 바이러스를 배양해 만들기 때문에 시간 단축에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반면 DNA 백신이나 RNA 백신은 가짜 바이러스를 만들어 넣는 것이 아니라 특정 DNA 혹은 RNA를 우리 몸속에 주입해 그 물질이 우리 몸에서 가짜 바이러스, 즉 항원으로 발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DNA 같은 유전물질은 실험실에서 몇 시간 안에도 제작할 수 있어 생산이 쉽고 빠르며 보관도 용이하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아직은 사람을 대상으로 승인받은 사례가 없다. 백신 플랫폼 자체에 대한 기술력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담당하는 임상시험은 얼마나 진행됐나.
현재 임상시험 1/2상이 진행 중이다. 보통 백신 임상시험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 단계가 완료된 후 1상, 2상, 3상으로 단계를 밟아 진행하는데, 최근에는 개발을 빨리 하려다 보니 1상과 2상을 합친 적응적 설계를 많이 쓴다. 매 임상시험 단계마다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승인 절차에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1상의 중간결과가 특정 기준에 맞으면 이를 바탕으로 2상을 수행하겠다는 신청을 미리 해놓는 것이다.

임상시험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본 임상시험의 경우 1상은 20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저용량 백신을, 다른 그룹에는 고용량 백신을 준다. 4주 간격으로 백신을 총 2회 투여하고 몇 주간의 추적관찰을 통해 어느 쪽 백신이 안전하고 면역반응이 우수한지를 분석한다. 1상의 목표 중 하나는 2상에서 진행할 수 있는 적정용량을 결정하는 것이다. 2상은 120명을 대상으로 백신의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분석한다. 무작위 배정을 통해 일부는 위약을 투여하고 나머지는 1상에서 결정된 단일용량의 백신을 투여한다. 임상시험 과정은 백신을 접종받은 임상시험 대상자도 이를 평가하는 연구자도 누가 백신을 받았는지 위약을 받았는지 모르도록 하는 이중눈가림 장치를 한다. 중간과 마지막 통계분석을 할 때만 눈가림이 해제되기 때문에 의도적 혹은 무의식적 선입견의 작용이 차단된다. 3상의 경우 국내보다는 비교적 환자 수가 많은 해외에서 수행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백신은 언제 나오게 될까?
현재 3상에 진입한 미국, 중국, 영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중간결과가 연내 나올 것으로 예측되며, 해당 국가의 규제당국에서 유행 정도, 중간분석에서 나타난 백신의 효능 및 안전성 자료 등을 모두 고려해 승인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개발사들이 승인을 전제로 생산 시설을 미리 확보하고 있지만 승인 후 우리 국민이 접종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른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에볼라, 지카 등의 유행을 겪으면서 신종 감염병 백신 개발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구·기금이 설립돼 보다 전략적·장기적으로 백신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둘째,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DNA·RNA 백신, 바이러스 벡터 백신 등 유전물질 및 전달체를 활용한 새로운 백신 플랫폼 기술이 실용화 단계로 발전했다. 마지막으로, 특정 지역(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등)이나 인구(지카 바이러스 감염 임산부 기형아 출산 등)만을 위협하는 다른 감염병 유행과 달리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백신 개발을 위한 연대와 공조체제가 국제사회에서 견고하게 형성됐다. 하지만 단기간에 개발되는 만큼 안전성을 충분히 평가하기에는 관찰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실제 환자에게 쓰이는 치료제의 경우 약간의 부작용을 감수하며 사용할 수 있지만,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접종하게 되는 백신의 경우에는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백신 경쟁력은 어떤가.
우리나라 백신 연구·생산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서 요구하는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수준의 생산기반을 구축했다. 또한 식약처는 2016년 국제 의약품 규제 방향과 수준을 결정하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정회원으로 가입했고, 2018년부터 관리회원국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EU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돼 의약품을 EU 국가에 수출할 때 제품 품질을 EU와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받게 됐다. 아울러 최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임상시험 순위(건수 기준)에서 한국은 세계 8위였다. 다양한 백신 플랫폼을 활용해 백신 개발 및 기초연구를 활성화하고, 지속적인 백신 R&D 지원, 신속 심의 등 적극적·장기적 지원을 함으로써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신종 감염병에 대비하는 백신 개발 연구와 보다 효과적인 예방접종 전략을 수립하는 연구를 계속 수행해나갈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에 백신 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지금은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지만, 다른 신종 감염병의 경우에는 감염병의 매개가 되는 모기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수도 있고 조기에 유행을 발견하고 원인을 찾는 역학조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백신 연구에 국한하지 않고 신종 감염병에 가장 잘 대비할 수 있는 여러 분야로 확장해나가고 싶다.
강지은 나라경제 기자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