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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 간편하고 영향력 있는 신념 표현의 장
이희진 세계일보 경제부 기자 2020년 11월호



2030 세대의 최근 화두 중 하나를 꼽자면 ‘가치소비’를 빼놓을 수 없다. 무작정 물건을 사기보단 해당 물건을 사면 사회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고민한다. 혹 물건이 노동착취로 만들어진 건 아닌지 한 번 더 검색도 해본다. 가치소비는 단순히 본인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닌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적극적 표현방식이다.
가치소비는 크라우드펀딩으로 가장 잘 표현된다.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물품을 만드는 크라우드펀딩은 기존에 없었던 혁신적인 상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놀이터인 동시에 가치소비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시장이다.
최근 한 국내 유명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는 ‘보호종료아동의 꿈을 담은 버킷백과 배지’라는 제목의 펀딩이 올라왔다. 보호종료아동은 보육원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다 만 18세가 되면 자립지원금 500만 원을 받고 사회로 나가는 청소년을 뜻한다. 보육원에서 평생을 생활하다 사회로 나간 이들에게 500만 원을 쥐어주고 자립하길 바랄 수 있을까.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할지 막막하다 보니 사회에서 사기를 당하거나 제대로 자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펀딩은 이러한 보호종료아동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보호종료아동이 직접 만든 버킷백과 배지를 선보였다. 펀딩을 주관한 이들은 보호종료아동에게 세 달간 디자인 교육을 실시한 뒤 보호종료아동이 제품 제작과 판매 전 과정을 주도하도록 했다. 생선을 낚아 손에 쥐어주기보단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준 셈이다.
이런 취지에 소비자들은 즉각 공감했다. 펀딩이 마감된 10월 15일 기준, 첫 펀딩 목표 액수였던 50만 원을 훌쩍 넘은 1,960여만 원이 모였다. 후원자는 734명이나 된다. 버킷백과 배지를 직접 만든 보호종료아동들은 이번 경험을 통해 사회에서 홀로서기를 할 자신감을 얻게 됐을 것이다. 700여 명의 조그마한 신념이 모여 이들의 삶을 바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달가슴곰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프로젝트도 성공한 가치소비 크라우드펀딩 중 하나로 회자된다. ‘반달가슴곰이 작은 철창 안에 갇혀 사육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신념하에 많은 사람이 반달가슴곰 모양 배지와 티셔츠를 구매했다. 300만 원을 목표로 한 펀딩에는 총 1,575만 원이 모였고, 해당 돈은 곰의 해먹 등을 만드는 데 쓰였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가치소비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쁜 현대인들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할 수 있는 간편하면서도 영향력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주위에서도 가치소비를 이야기하는 지인이 늘었다. 한 지인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살펴보다 티셔츠를 구매하면 소방관에게 후원금이 전달되는 펀딩을 보고 바로 결제를 진행했다”며 “평소 소방관을 존경했는데 티셔츠도 사고 후원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만족했다”고 했다.
문득 대학생 시절, 의미 있는 사회활동을 주도적으로 하던 선배가 떠오른다. 탈북자들과 함께 대학교를 찾아가 탈북자 인식 개선활동을 하고, 인종차별 인식을 줄여보겠다며 외국인들과 함께 신촌에서 프리허그 활동을 진행했다. “신념에 따라 조금이라도 실천하다 보면 사회가 바뀌는 거야”라고 말하던 모습이 선하다. 선배처럼 거창하진 못해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가치소비 역시 사회를 바꿔나가는 작지만 큰 실천이다. 그렇게 조금씩 세상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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