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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야 살아남는다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 2020년 11월호



2010년대 중반 재계에선 사회공헌활동(CSR)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나 대부분 보여주기식 일회성에 그쳤다. 소비자들도 처음에는 박수를 쳤지만 지속되지 않으니 금방 잊었다. 요즘은 달라졌다. 수십 년간 꾸준히 선행을 하거나 아예 경영 원칙으로 삼는 기업들은 챙겨 본다. ‘갓뚜기(오뚜기)’, ‘바보LG(LG전자)’, ‘파타구치(파타고니아)’ 등 명예로운 별명을 지어주고 입소문도 내준다. 반면 ‘갑질’ 사례가 들통난 일부 기업의 제품은 적극 불매하며 ‘응징 소비’에 나선다.
‘착해야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체감한 기업들은 이제 진지하게 ‘착한 경영’에 임하고 있다. 경영 전략에서 ‘대의명분(cause)’에 부합하는지를 강조하는 ‘코즈(cause) 마케팅’이 활발하다.
최근 ‘통큰 선행’으로 화제가 된 호텔신라가 대표 사례다. 호텔신라는 지난 10월 울산 주상복합 화재로 이재민이 된 주민들에게 신라스테이 객실 20개를 한 달간 무료로 지원하기로 해 국민적 찬사를 받았다. 한 달치 객실료로 약 1억 원의 비용이 들지만 그 이상의 브랜드 가치 제고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식품업계는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해 고기 대신 ‘식물성 대체육’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 2월 대체육류를 활용한 햄버거 ‘리아미라클버거’를 선보여 8월까지 약 140만 개를 팔아치웠다. 오뚜기는 지난해 채식 라면 ‘채황’에 이어 만두, 볶음밥 등 채식 상품 라인을 늘렸다.
화장품업계도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제품을 적극 내놓고 있다. 올리브영은 주 고객층인 1020 세대가 가치소비에 집중한다는 점을 고려, 지난 6월부터 비건·친환경 화장품에 ‘클린뷰티’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클린뷰티로 선정된 12개 브랜드는 지난 8월 매출이 전월 대비 100.5% 올라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6월 식물성 성분이 들어간 비건 프렌들리 브랜드 ‘이너프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온라인에서만 구매 가능한 데도 10만 개 넘게 팔리며 히트를 쳤다.
‘갑질’로 악명 높았던 프랜차이즈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생이 제1덕목이 됐다. 영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에 현금 지원(역전할머니맥주, 메가커피, 투썸플레이스), 로열티 면제(설빙, 김가네, 채선당), 식자재 지원(파리바게뜨, 죠스떡볶이, CU, GS25, 홍루이젠), 방역물품 지원(BBQ, 크린토피아, 이디야) 등의 상생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금융권에선 KB금융지주가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 및 채권인수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한다며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ESG 경영의 일환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착한 기업’으로의 변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기업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전영민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는 저서 『코로나19 전과 후』에서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대형 사건이 터지면 그 순간의 인상이 오래도록 남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게 된) 코로나19 시대에 어떻게 했는가가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기업으로선 상생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라고 밝혔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글로벌 ESG 펀드(사회적 책임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펀드) 규모가 지난해 말 9천억 달러에서 2028년 20조 달러에 달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연기금 및 패시브 자금 위주로 늘어나는 ESG 투자 수요를 감안할 때 (ESG 경영은) 원활한 자금 조달 및 발행비용 절감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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