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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상 수상한 경매이론, 포털 검색광고에서 빛 발하다
최병일 매일경제신문 경제경영연구소 콘텐츠팀장 2020년 12월호


네이버나 구글과 같은 포털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사용하다 보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난다. 포털 기업들은 검색엔진뿐만 아니라 세계지도, 번역서비스, 이메일서비스 등 유용한 정보와 서비스를 수시로 개발해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이들은 지리 수업 시간에 배웠던 어려운 2차원 지도가 아닌 골목골목 발품을 팔아 찍은 사진들을 지도로 만들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또 예전에는 수백, 수천만 원을 지불하고 구입했던 번역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처리 속도가 빠른 번역기를 제공한다. 정말이지 ‘요즘처럼 각박한 시절에 이렇게 착한 기업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타적인 기업들은 어디서 돈을 벌어 이런 착한 사업들을 지속할 수 있을까? 2019년 구글의 매출액은 1,619억 달러, 우리 돈으로 180조 원이 넘는다. 구글은 일부 유료서비스나 크롬캐스트와 같은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얻기도 하지만 매출액의 80% 이상은 광고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주요 포털 업체들은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광고료를 지불한 광고주들의 사이트나 상품을 검색 결과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광고비를 받는다. 예를 들어 ‘꽃집’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해당 키워드를 검색한 사람이 위치한 지역의 꽃가게들이 검색 결과로 노출된다. 구글은 일반 신문이나 방송국과 달리 광고 가격을 사전에 책정해놓지 않는다. 특정 검색어에 대해 자신의 상품이나 사이트를 노출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매를 실시해 광고료를 산출한다. 앞서 살펴본 ‘꽃집’이라는 단어에 자신의 가게를 노출하고 싶은 상점 주인들은 구글이 요청하는 경매방식에 따라 키워드 가격을 입찰하고, 낙찰받은 업체가 검색 결과로 노출된다.
이처럼 포털 사이트들이 광고를 판매할 때 활용하는 경매제도는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스탠퍼드대의 폴 밀그럼 교수와 로버트 윌슨 교수의 경매이론에서 이론적 배경을 찾을 수 있다. 1994년 미국의 주파수 경매는 이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설계됐고, 주파수 경매의 성공적인 결과는 밀그럼 교수와 윌슨 교수 이론의 실제 가치를 확인시켜줬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음료나 백화점에 진열된 의류와 같은 일반적인 상품시장에서는 동일한 제품이 진열대에 많고 거래도 빈번하게 이뤄진다. 따라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나 상품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장에서는 수없이 반복되는 거래를 통해 사회후생을 극대화시키는 균형가격을 자연스럽게 도출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구글의 키워드 광고 사례나 정부의 주파수와 같은 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에서는 특정 상품의 가치를 비교할 수 있는 유사한 상품이 존재하지 않으며, 비교 대상으로 삼을 만한 다른 거래를 찾기가 어렵다.
밀그럼 교수와 윌슨 교수의 경매이론은 경매시장에서 비대칭 정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승자의 저주’와 입찰자들이 담합으로 낙찰 가격을 현저하게 저평가하는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미국의 주파수 경매 이후 두 사람의 이론은 일반적인 형태의 시장이 형성되기 어려운 이산화탄소 배출권, 기업공개(IPO), 천연가스 채굴권, 항공기 이착륙 허가 시간과 같은 상품들이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는 경매제도를 설계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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