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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FTA 참여 통해 질적 성장 추구하는 중국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2021년 01월호



지난 11월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최종 서명되고 중국은 매우 고무되는 분위기다. 리커창 총리는 “RCEP 서명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승리”라고 강조했고, 향후 중국의 글로벌 통상외교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말쯤 협정이 발효되면 중국의 FTA 체결 국가는 기존 19개국에서 26개국으로 늘어나고, 체결 국가와의 무역 비중도 지금의 27%에서 35%로 커지게 된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과 EU 회원국들의 중국 견제로 흔들리는 교역구조를 아세안 및 한중일 국가 중심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번 RCEP 출범을 계기로 중국은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글로벌 통상 리더십을 키우려고 할 것이다. 그것을 뒷받침하듯 시진핑 주석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적극적인 메가 FTA 참여 배경과 향후 통상정책 방향이 교역확대를 넘어서는 포괄적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첫째, 중국은 선진국 중심의 메가 FTA에 참여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디지털경제로의 질적 성장을 이루고자 한다. 중국이 체결한 기존 FTA는 대부분 개도국 중심이다. 선진국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 개방과 무역자유화가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중국경제 성장의 방향성이 과거 저렴한 ‘메이드인차이나’에서 첨단산업 내재화를 통한 혁신경제로 변화하면서, 중국은 디지털경제로의 발전을 위해 선진국이 포함된 역내 FTA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나아가 첨단제품 중심의 미래혁신경제에서 선진경제와 한번 부딪혀볼 만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둘째, 메가 FTA 참여로 미국 주도의 보호무역이 아닌 자유무역을 수호하는 선도국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글로벌 리더로서의 존재감을 내세우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RCEP 회원국과의 경제적 연대를 통해 중국의 글로벌화와 다자주의 협력 주체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
셋째, 중국의 RCEP 참여는 향후 CPTPP 무대 진입을 위한 전초전 성격이 있다. 중국은 글로벌 리더십 확대를 위해 다자통상체제에 편입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인데, 그 첫 번째가 RCEP이고 그 다음이 바로 CPTPP다. 중국 정부는 미국 민주당이 기본 정책노선으로 다자간 무역질서를 강조하고 있고 바이든 당선자가 주변 동맹국과의 관계회복을 통한 CPTPP로의 회귀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미국이 회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CPTPP 참여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 밀착도도 높이고, 미국이 회귀하기 전까지 CPTPP 내 중국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CPTPP 가입이 실제 가능할지 여부다. CPTPP는 국경 간 데이터 이전, 소스코드 요구 금지 등 디지털 무역규범에 있어 RCEP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이 없는 CPTPP 참여 협상을 통해 이러한 민감 이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세우면서 다른 분야의 개방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주도하려고 할 것이다. 이번 RCEP에서도 “모든 디지털 제품에 대해 차별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나 “당사국이 서비스 제공의 조건으로 상대국 기업에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이전·접근·공개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중국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은 기존에 개방하지 않았던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전자적 수단에 의한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이 적용 대상인 사업을 금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에는 합의했다. 기존 한중 FTA 협정문의 전자상거래 챕터는 강제조항이 아니라 권고조항에 불과했기 때문에 우리 기업 입장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원산지 증명에 있어 기존 한중 FTA는 기관증명 방식이지만 RCEP에서는 기업 스스로 증명하는 자율증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도 좀 더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CPTPP 참여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향후 미중 모두 참여하는 초대형 메가급 FTA와 한중일 FTA에 대비한 좀 더 촘촘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이제 양자 및 다자 FTA가 뒤섞여 있는 스파게티볼 효과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향후 다가올 디지털 무역의 변화에 대비한 제도 및 규범 협력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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