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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원재료·부품의 수입단가 인하 기대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동아시아팀 선임연구위원 2021년 01월호



한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로 그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공급망상 단절고리였던 일본과의 FTA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2017년 1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격화일로에 있는 미중 갈등과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로 최악의 상태인 한일 관계 속에서 RCEP에 대한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그 의의를 최초의 메가 FTA, 탈중국화·시장다각화의 포석, 신남방정책과의 시너지에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는 RCEP이 한일 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 것 같다. 지난 12월 초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한 참여 의사를 표명했는데, RCEP보다 무역자유화율이 높고 전자상거래, 국영기업, 지식재산권 등에서 일본 정부가 누누이 강조하는 ‘21세기형 FTA 규범’이라는 통상규범을 갖춘 CPTPP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이 간접적으로나마 한일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통상 관점에서 RCEP 발효 후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는 상품무역이지만, 실제 한국 기업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서 얼마나 가격 인하 효과를 향유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다. 먼저 RCEP이 규정하는 한일 관세철폐율은 83%인데, 한EU FTA의 경우는 94%, 한미 FTA는 95%에 달한다. 더군다나 현재 일본에 대해 한국이 무관세를 적용하는 품목 수(HS코드 10자리 기준) 비율은 농림수산품 3.8%, 공산품 18.9%, 전체 평균 16%인데, RCEP 발효 즉시 철폐율은 농림수산품 14.8%, 공산품 47.9%, 전체 평균 41.4%로 그 변화폭은 높다고 할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한일 관세철폐율 83%(농림수산품 48%, 공산품 91.5%)는 RCEP이 발효되고 20년이 경과한 시점에서의 시장개방도다. 그간 한일 간 FTA 재협상과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주저하게 만들었던 한일 관세 비대칭성 문제, 즉 한국이 일본에 비해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관세 부과 품목 수가 더 많다는 문제가 RCEP 체결을 계기로 다소 완화된 것은 사실이나 근본적 해결에는 다소 시간을 요하거나 CPTPP와 같은 다른 FTA 협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기적 관점에서라도 RCEP이 가져올 한일 무역효과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한국이 고질적으로 대일 무역수지 적자를 시현하고 있는, 다시 말해 대일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공산품에 대한 대일 관세양허폭은 매우 소폭이다. 이미 대일 경쟁력을 확보한 철강은 대부분이 이미 무관세고, 일반기계의 경우
1천cc 이상 피스톤엔진, 1천~4천cc 디젤엔진, 자동차용 엔진부품, 지게차 트럭이 관세철폐 예외 품목이다. 운송기기의 경우는 승용차, 화물자동차, 기어박스 등에, 전기기기의 경우는 리튬이온 축전지, 점화플러그, 60V 초과의 계전기, 1천V 이하의 전기제어반에 현행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RCEP 발효 즉시 관세철폐가 예정된 공산품을 중심으로 일본으로부터 원재료와 부품을 수입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관세철폐에 따른 수입단가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RCEP이 한국 정부에 남긴 과제는 따로 있다. RCEP 체결로 한국의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산업은 한일 관세 인하 혹은 철폐에 따라 수입단가 인하라는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이는 ‘양날의 칼’과 같다.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이후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소부장 경쟁력 강화 정책, 즉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기초화학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100개 품목을 육성하고자 하는 정책 기조와 충돌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CPTPP 참여를 염두에 두고 소부장 산업의 대일 시장개방이 일본산 소부장 핵심품목의 국산화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국내 지원정책을 재설계하는 것이라든지 CPTPP 협상에서 어떻게 국내 소부장 산업을 배려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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