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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새 역사냐 버블이냐, 갈림길에 선 한국증시


1년 전 한국증시는 암울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덮쳤고 미중 무역분쟁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해 3월 코스피는 1,400대 중반까지 폭락했다. 그랬던 코스피가 1년도 안 돼 ‘삼천피’ 시대를 열었다. 이 랠리를 누가 과연 예상했을까.
코스피는 1980년 1월 100으로 시작했다. 1989년 3월에는 1,000을, 2007년 7월 2,000을 돌파했다. 2021년 1월 코스피는 3,000을 넘어섰다. 한동안 ‘박스권’으로 불릴 정도로 지지부진했던 코스피에 3,000은 언제 도달할지 모르는 꿈의 지수였다. 3,000이 되기 위해선 혁신기업이 무수히 나오고 수출과 내수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만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팬데믹 상황은 여전하고, 실물경제는 얼어붙어 있는데도 3,000을 돌파했다. ‘돈의 힘’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증시 대기자금은 68조 원으로 1년 전보다 2배 이상 많다. 팬데믹으로 엄청난 양의 돈이 풀린 데다, 돈 쓸 데마저 궁해지면서 시중에 자금이 넘쳐난 탓이다. 게다가 저금리는 ‘빚투’까지 부추겼다. 신용융자 잔고는 사상 처음으로 20조 원을 넘어섰고, 1월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폭도 10조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런데 우리뿐 아니다. 미국, 일본 등 선진시장은 물론이고 인도, 베트남 등 신흥시장도 역대 최고 지수를 매일 갈아치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시작으로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돈 풀기에 나선 결과다.
기관보다 개미의 힘이 커진 것도 특징이다. 지난 1월 한 달간 개인은 국내증시에서 26조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순매수한 금액(63조8천억 원)의 40%를 한 달 만에 사들였다. 뉴욕증시에서는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잘못 쳤다가 개미투자자들에게 혼쭐이 났다. 이른바 게임스탑 사태다. ‘기관과 싸우지 말라’는 증권시장의 격언도 현 유동성 장세에는 통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니 버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버블이 아니라는 반박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수준의 유동성은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다. 참고할 만한 경제교과서가 없다는 얘기다.
돈만이 ‘불장(bull market)’을 만든 것은 아니다. 팬데믹이 앞당긴 4차 산업혁명도 불쏘시개가 됐다. 비대면 사회 속에 IT,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로켓,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의 가치를 목격한 투자자들이 관련 주식을 ‘패닉바잉(panic buying)’했다.
세상에 계속 오르는 장은 없다. 언젠가는 꺾인다. 문제는 그게 언제인지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날은 오늘이 될 수도, 1년 뒤가 될 수도 있다. 증시에 씌워진 콩깍지가 벗겨질 시점은 일단 팬데믹 종료 때로 보인다. 세상이 정상화되면 그간 묻어놨던 많은 정치·외교·경제적 갈등이 비로소 드러난다. 여기에다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과 테이퍼링(tapering; 양적완화 축소)을 통해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 증시에 투입되던 연료도 바닥을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 비즈니스모델들이 성과를 내 기업의 수익구조가 바뀐다면 주가 3,000은 한국증시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2021년은 투자 역사를 새로 쓴 한 해로 기억될까, 아니면 버블이 휩쓸고 간 한 해로 기록될까. 한국증시는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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