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는 지난해 봄 코로나19 위기로 1,500 아래까지 급락한 후 올 초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상승세의 원인으로는 계속되는 저금리, 코로나19로 인해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상승장 속에서도 두드러진 현상은 개인투자자의 시장참여 확대와 혁신기업으로의 세대교체를 들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64조 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했고, 특히 올 1월 한 달간 22조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함으로써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우리나라의 가계자산 구조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돼 있어 최근에 나타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증대는 가계자산 포트폴리오 내의 금융자산 비중 확대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지난 한 해 주식에 새로 입문한 투자자가 대폭 늘어났음을 감안할 때 개인이 주식시장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들은 정확한 정보와 냉철한 판단에 근거해 투자의사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부정확한 정보와 투자심리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거래를 잡음거래(noise trade)라 부르는데, 잡음거래가 늘면 필연적으로 주가변동성이 증가해 투자위험이 커진다. 뿐만 아니라 학술연구 결과에 의하면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에 비해 투자성과 측면에서 열세인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개인투자자가 전문가 집단인 기관투자자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브래드 바버(Brad Barber)와 테렌스 오딘(Terrance Odean)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저조한 투자성과는 종목 선정이나 매매타이밍 선택 능력보다는 과도한 단기매매 성향에 기인한 것으로 설명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개인투자자의 평균 주식 보유기간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현저히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기대한 만큼 성과를 얻지 못하면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시장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즉 현재 나타나는 개인투자자의 활발한 시장참여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개인투자자의 장기투자를 촉진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는 2023년부터 도입되는 주식 양도세에 장기보유 인센티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개인투자자의 장기투자 유도 및 투자위험 관리를 위해 직접투자보다는 ETF 등 다양한 펀드상품을 통한 간접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해야 한다. 그간 국내 펀드시장은 저조한 투자성과, 과다한 수수료, 판매채널 위주의 시장구조, 펀드매니저의 도덕적 해이 등에 발목 잡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장기투자의 도모와 주식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간접투자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추가적으로 정책당국은 학교를 포함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금융교육을 강화해 건전한 투자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인투자자의 시장참여 확대에 더해 주목할 만한 변화는 기술혁신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이다. 지난 2월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상당수가 기술혁신주다. 과거 대장주로 통하던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국전력 등은 네이버, 셀트리온, 카카오 등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미국의 경우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등 기술혁신주로의 세대교체가 진즉 이뤄졌으나 우리는 다소 늦은 상황에서 도리어 코로나19 사태가 세대교체를 앞당긴 측면이 있다.
기술혁신기업은 미래의 성장 잠재성이 가치평가의 주요인이 되는 만큼, 현재의 이익을 기반으로 주가적정성을 평가하는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평가지표를 이들 종목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언론 등에서 기존의 평가지표를 토대로 현재 코스피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설명은 한계를 지닌다. 물론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많은 과도기에는 변동성이 크기 마련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끄는 모멘텀이 기술혁신산업으로의 세대교체라면, 시장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술혁신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안정적인 성장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