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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의 재활용과 도시의 업사이클링
최민아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눈 감고, 도시』저자 2021년 04월호


십여 년 전부터 도시재생의 바람이 불며 아파트 일색으로 개발되던 노후 주거지는 오밀조밀 집들이 모인 기존의 도시 형태를 보존하고 존중하는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주민들이 모여 버려진 공간을 단장해 카페나 책방, 창업공간을 만들어 동네를 되살렸고, 동네 계단과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는 등 활기를 불어넣었다. 관광지처럼 변해가는 동네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취약계층이 주로 거주하던 생기 없던 동네에 새바람이 불게 된 것은 긍정적인 사실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빈집과 노후된 건물은 새로운 주거자원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에 150만 호의 빈집이 있고 이는 전체 주택의 8.4%를 차지한다. 도시에서 열악한 동네뿐 아니라 구도심 지역에서도 사람이 살지 않는 빈 건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980년대에 지어진 집 가운데 빈집이 약 17만 호고 그 이전에 지어진 집이 약 29만 호니 적지 않은 숫자다.
버려지고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건물이 지역 특성과 거주자에게 맞는 모습으로 리모델링을 거치면 특색 있는 거주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곳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규모 맞춤형으로 만들어진 공간의 모습과 사람 간의 따뜻한 만남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생적으로 발달한 도시공간에 담긴 독자적인 개성도 함께 더해져 매력을 부각시킨다.
낡은 건물이 주거지로 변신한 집은 실리적으로도, 나만의 개성을 담기 위한 공간으로도 딱 들어맞는다. 우선 노후 주거지에 위치하다 보니 지가와 임대료, 주거비가 낮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 또한 도심지에 근접해 있어 편의시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한편 주변 환경도 큰 장점이 된다. 기존에는 열악함의 상징이었지만 좁고 굽은 길, 경사로, 동네 가게는 도시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시간과 기억을 담아 정서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문래동, 익선동, 경리단길, 서촌처럼 이미 핫플레이스가 돼버린 공간들은 모두 도시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옛 도시의 흔적을 담고 있는데, 이런 곳은 현대적으로 개발된 신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서적 편안함이 담겨 있다.
기존에는 흉물로 방치돼 있어도 개인에게 소유권이 있는 빈집은 공공이 함부로 허물거나 리모델링할 수 없었지만, 최근 법률이 제정돼 빈집을 활용해 마을과 도시에 필요한 건물과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같은 이유로 정부는 공공개발이나 토지의 수급조절을 위해 시행하는 토지비축사업에서 2020~2029년간 수급조절용 토지의 40%를 빈집 정비용 토지로 취득하도록 계획했는데, 이는 1조5천억 원에 해당하는 매우 큰 규모다. 바야흐로 도시에서 빈집은 새로운 자원으로 가치를 지니게 됐다.
빈집과 노후 건물을 활용한 주거의 매력을 발견한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성으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에 눈을 뜬다는 이야기다. 원스톱으로 해결되는 아파트 단지의 편리함은 찾을 수 없지만, 대신 도시에 담긴 기존 자산의 가치를 찾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더 큰 가치가 담겨 있다. 이 새로운 주거문화는 주민과 함께 고민하고,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주체나 비영리단체와 함께 진행될 때 더욱 큰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다.
단순히 자원을 재활용하는 재생에서 벗어나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업사이클링은 주거에도 적용된다. 방치됐던 건물이 개성 풍부한 주거공간으로 재탄생되고 이곳을 아끼는 사람들이 정착해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 도시에 활기를 가져오는 것은 분명히 업사이클링이다. 이런 형태의 집이 모인 동네에서는 집값이 올랐다고 금세 팔고 다른 동네로 떠나는 삶의 형태는 줄어들 것이다. 부동산이 아닌 주거만이 줄 수 있는 더 큰 가치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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