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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에너지시장 주도할 그린수소, 국내는 아직 효율·규모·신뢰성 등 부족해
정기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소·연료전지PD 2021년 05월호


2013년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오블리비언〉이 개봉했다. 영화 속 최종 악당인 ‘테트’라는 유기체적 인공지능의 우주정거장은 행성을 침공해 정복하고 행성의 에너지를 빨아들인다. 테트는 지구의 바닷물로 수소연료전지를 만들어 우주선 등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우주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인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 것이다.
수소 원자(H)는 주기율표 맨 처음에 존재하는 화학원소로 우주 전체 질량의 75%를 차지한다. 수소 분자(H2)는 지구상에 가장 가벼운 무색, 무미, 무취의 기체로 천연 그대로 존재하는 일은 드물고, 산소(O)와 결합해 물(H2O)이 되거나 탄소(C)와 결합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형태로 지구상에 대량으로 존재한다.
사실 수소경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미 1970년대 석유위기, 1990년대 기후변화, 2000년대 오일피크로 각광을 받았으나, 석유매장량의 여유, 기후정책의 비구체화, 기술적 신뢰성과 인프라의 미비 등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재생에너지 및 수전해 비용 감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법적 구속력의 강화,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 확대 등으로 과거와 상황이 매우 다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수소의 수요가 2050년 세계 최종 에너지 수요의 최대 24%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최근 유럽은 수소에너지가 2050년 18%까지 차지하고 연간 6G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2019년 우리나라 최종 에너지 소비는 석유환산톤 기준으로 2억3,100만toe다. 현재 소비량을 기준으로 예상해 보면, 2050년 최종 에너지 소비의 20%가 수소로 대체될 때 필요한 수소량은 연간 1,630만 톤에 이른다. 2019년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상 2040년 수소 생산량(526만 톤)의 3배 조금 넘는 물량으로 수소모빌리티·수소에너지의 확대와 기존 제철 및 석유화학 산업에 수소가 활용될 것을 고려하면 타당한 물량으로 생각된다.
수소를 가장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방식으로 생산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2050년에 사용되는 모든 수소는 그린수소나 블루수소(수소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수소)여야 한다. 1,630만 톤의 수소를 모두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1,600만 톤의 수소를 모두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하려면 약 180GW(이용률 45%)의 수전해 설비와 400GW(이용률 20%)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필요하다. 현재 수전해는 전 세계 수소 생산의 0.02%를 담당하고, 2020년 9월 기준 전 세계 약 320개 프로젝트, 200MW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실증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2020년 이후 그린수소의 경쟁력 확보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프랑스 6GW, 독일 5GW, 포르투갈 5GW, 스페인 3GW 등 EU를 중심으로 GW급 프로젝트가 기획되고 있다.
앞으로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장수명·고내구성·고효율의 대용량 수전해 기술,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생산하는 기술은 미래의 에너지산업과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핵심 소재와 시스템의 개발,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다양한 그린수소 생산 기술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 그린수소 생산 기술은 주요 수전해 선도 기업과 비교해 볼 때 효율, 규모, 신뢰성 등에서 많이 부족하다. 미래시장 선점을 위해 대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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