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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배터리, 현재의 기술 우위 유지·강화에 힘쓸 것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 2021년 06월호


지난 2월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그리고 희토류에 대한 공급망 정밀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전격 서명하면서 미래 제조업 성패를 판가름하는 핵심 산업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 새판 짜기가 본격화됐다. 첨단 제조업에서 반도체와 배터리가 갖는 산업적 가치는 매우 높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저탄소·친환경이 미래 제조업의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공지능 역량을 좌우하는 고성능 반도체와 전기자동차산업의 부가가치 수준을 결정하는 고용량 배터리는 미래 제조업 밸류체인의 주도권 선점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핵심 전략산업이다.
그간 우리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정 기술과 적극적인 글로벌 가치사슬(GVC) 전략을 토대로 세계시장을 선도해 왔다. 미국의 이번 공급망 재편 행보가 성장의 추가적 모멘텀이 필요한 우리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에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의 조치 강도에 따라 지금보다 한층 심화된 글로벌 경쟁환경과 공급망의 재구조화라는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먼저 반도체를 살펴보자. 메모리반도체를 넘어 비메모리반도체까지 영역 확장이 필요한 우리 반도체산업에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은 두 가지 측면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
첫째, 메모리와 비메모리 간 균형 잡힌 산업구조로 고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적극적인 생산기반 투자 요청에 부응해 미국에 신뢰할 수 있는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제공함으로써 아직까지 열세인 비메모리 분야에서 성장을 위한 초석을 닦을 수 있다. 특히 첨단 반도체 제조 수요의 대부분이 미국 팹리스(fabless) 기업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점유율 확보에 좋은 기회다. 특정국(특히 대만)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우려하는 미국의 시각도 우리에겐 긍정적 요소다. 다만 수요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대응은 국내 반도체산업 생태계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으며, 투자 확대 과정에서 우리의 강점인 고급인력과 제조 기술 유출도 우려할 만한 사항이다.
두 번째 기회는 중국의 굴기를 상당 기간 저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대신 중장기적으로 미국이 우리 반도체산업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다른 측면에서 기술동맹에 기반한, 즉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이 구체화될 경우 중국에 편중된 우리 메모리반도체의 수요 구조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데,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글로벌 IT산업의 공급망 재편과 연계돼 있는 이슈다. 즉 단기간에 우리 자력으로 충격을 흡수하기 힘들다는 것은 분명하다.
배터리의 경우 단기적으로 우리 산업에 기회요인이 더 크다. 현재 글로벌시장에서 중국, 일본 등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우리 배터리산업에 미국의 공급망 재편 행보는 향후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내수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호재다. 다만 우리 배터리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는 국내에서의 투자 위축을 초래하면서 산업 생태계 전반의 공동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는 우리 제조업의 현재이자 미래다. 그만큼 미국의 향후 행보와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단기적 기회요인을 최대한 활용해 장기적으로 닥쳐올 수 있는 위기요인에 대응할 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현재 확보하고 있는 기술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강화하는 것이다. 1∼2세대 앞설 수 있는 기술우위는 향후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가 전략적 포지션을 선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동시에 우리의 GVC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편중에 따른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도록 민관의 지혜를 모으는 틀을 하루빨리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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