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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관세 철폐를 넘어 새로운 협력 분야 발굴 단계로 진입하나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 2021년 07월호
 
 
 

2002년 EU 집행위를 방문했을 때 한국과의 FTA 체결 가능성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다. 당시 EU 측의 답변은 한국과 양자 간 FTA를 체결하기보다는 한국, 중국, 일본을 아우르는 아시아 지역과 통합적으로 FTA를 추진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FTA 체결에 있어 후발주자였던 한국이 2006년 전격적으로 미국과 FTA 협상을 개시하자 EU는 한국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EU FTA는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직후인 2007년 5월에 협상이 개시됐는데, 결국 한·미 FTA보다 한 해 앞선 2011년 7월 1일에 발효됐다.
한·EU FTA는 발효 당시 한국이 체결한 가장 포괄적이고 개방 수준이 높은 무역협정으로 평가됐다. EU는 발효 5년 차에 이미 전체 상품의 99.6%에 대해 관세를 철폐했으며, 발효 10년 차인 현재 한국도 총품목의 98.1%에 대해 관세를 철폐했다. EU 입장에서도 단일시장으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첫 FTA 파트너가 됐으며, 게다가 서비스, 지식재산권, 무역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포함한 가장 포괄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했다는 데 있어 의미가 컸다.
한·EU FTA 발효 이후 10년 동안 양자 간 무역과 투자의 흐름을 살펴보면, 한국의 대EU 수출은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EU의 대한국 수출은 발효 전 400억 달러에서 최근 600억 달러 규모까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FTA 발효 이듬해인 2012년부터 한국의 대EU 무역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되자 이러한 변화가 한·EU FTA의 효과인 것처럼 평가됐다.
물론 FTA 발효 이후 관세 인하 및 철폐의 혜택으로 유럽 자동차와 소비재 수입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한국과 EU 간 무역은 지난 10년간 FTA 이외의 요인들에 의해 큰 변화를 겪어왔다. 발효 초기 재정위기가 발발해 유럽 내 수요가 부진했고, 한국 기업들이 동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해외에서의 생산을 늘려감에 따라 EU로의 직접 수출은 그 증가세가 둔화됐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한·EU 간 무역의 변화를 총량으로만 평가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FTA가 EU에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왜곡될 수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공산품에서 농산물까지 관세철폐에 힘입어 EU에 대한 수출이 증가한 품목들을 찾을 수 있다.
한편 당초 한국이 EU, 미국과 FTA를 추진한 목적은 관세철폐를 통한 무역 증대에 국한되지 않고, 선진국 시장에 대한 개방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제도의 선진화를 촉진하는 것이었다. 지난 10년을 되짚어 보면 한·EU FTA는 이러한 목적에 상당히 부합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독일을 필두로 제조업 전반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유럽 국가들은 한·EU FTA를 계기로 한국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후 EU 기업들의 적극적인 국내 진출은 한국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EU FTA 발효 이후 10년 동안이 상품의 관세철폐가 완성되는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양자 간 경제관계가 보다 성숙한 단계로 도약할 때다.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확산, 기후변화 대응 등 FTA 체결 과정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통상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자 간 협력할 분야를 발굴하고 발전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FTA 업그레이드 방향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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