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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과 K콘텐츠 경쟁력 백분 활용할 때
윤성원 수원대 경영학부 교수 2021년 07월호


한국과 EU 간의 문화협력은 종종 한국과 유럽 개별국과의 문화협력과 혼동돼 왔다. 이는 EU 출범 이후에도 대중들의 EU에 대한 인식이 상당 기간 ‘EU=유럽’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데 기인할뿐더러 문화에 대한 EU의 독특한 시각이 반영된 것에도 연유한다.
문화에 대한 EU의 시각은 ‘한 영토 내에서 공동의 언어와 생활의 유산을 기반으로 공동의 경험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소속감의 원천’을 문화로 보는 전통적인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 EU는 ‘유럽통합을 달성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문화로 보는 도구적·수단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문화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는 EU 내에서 사용되는 24개 언어를 모두 EU 공용어로 인정하고 ‘다양성 속의 통일성’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단일한 문화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차라리 각 회원국 고유의 문화를 모두 인정해 주고 공존하고 통합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EU 문화정체성의 실체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문화를 신성장동력의 원천으로 전환하자는 것이 EU의 전략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고 있는 현재, 고령화·저성장 시대에 당면한 EU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그 핵심 키워드로 문화를 꼽은 것이다. 실제로 EU는 한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한·EU 문화협력의정서’를 채택했다. 문화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의 입장을 고려하면서도 EU의 미래 창조산업의 핵심이 문화 분야인 만큼 양가적 입장을 절충해 반영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국가 간 협정에 문화협력의정서를 채택한 사례는 한국의 경우 한·EU FTA가 처음이었으며, EU는 2008년 카리브 15개국과의  경제동반자협정(EPA)에서 처음 도입했다. 문화협력의정서의 채택은 EU의 적극적인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협력의정서에서는 시청각물 공동제작을 강조한다. EU는 유럽지역 내 40여 개 업체로 구성된 유럽애니메이션협회를 지원해 매년 ‘카툰 커넥션’이라는 콘텐츠 마케팅 행사를 개최해 왔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유일하게 파트너로 선정했고,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과 유럽 등지의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서 만나 미팅을 하고 투자를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 왔다.
2010~2019년 한·EU 간 공동제작 현황은 26편으로, 주로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까지의 최근 3년간 실적은 3편에 불과해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이나, 국내 애니메이션 작품의 대유럽 수출 금액은 2010년 1,900만 달러에서 2018년 3,300만 달러로 무려 74%에 달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는 한류로 인해 K팝, K드라마 등 K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제고된 연유로 보인다. 실제로 유럽의 한류에 대한 관심은 유럽 내 한국문화원 개원으로 이어져, 네 군데에 불과하던 것이 최근 10년간 9곳으로 확대됐다.
한·EU 간 문화협력은 EU의 이니셔티브에 기반해 본격화됐지만, 내실 있는 협력 관계를 위해서는 우리 측의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의 지속적인 소통 채널 구축을 통해 공동제작 시의 애로점 등을 파악하고, 정책 개선과 보완을 통해 협력의 장을 주도적으로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K콘텐츠에 대한 유럽 내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제는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K콘텐츠의 힘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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