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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복제 넘어 디지털교역 등 새로운 논의에 주목해야
문상민 주영국대한민국대사관 상무관 2021년 07월호


한·영 양국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 원활한 통상·무역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2019년 8월 FTA를 체결했다. 한·영 FTA는 지난해 말까지 각각 국내적 효력발생 조치를 완료해 올해 1월 1일부터 발효 및 시행됐다. 이를 통해 양국 기업들은 기존의 한·EU FTA에서 제공되던 특혜무역 혜택을 브렉시트 이후에도 양국 간 교역에서 그대로 적용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영국의 주요 교역대상국 중에서 선제적으로 FTA를 체결함으로써 지난 2년간 양국 기업들에 충분한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고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한편 영국의 핵심 우방국인 미국,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나라들도 아직까지 영국과 FTA 협상 중인 점을 감안하면, 한·영 양국이 상호 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는 파트너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한·영 FTA는 기존 한·EU FTA를 사실상 복제한 무역협정으로, 양국 간 교역관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측면에 초점을 둔 만큼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내용을 포함한 새로운 FTA가 필요했다. 이에 양국 정부는 FTA 체결 당시 발효 후 2년 내 새로운 FTA를 위한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신규 FTA 논의에서는 디지털교역, 개인정보 및 데이터산업, 투자 규범 등 새로운 통상협력 요소들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돼 새로운 시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점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정부의 경제·통상 정책의 특징은 친환경산업 전환, 전 세계 무역지평 확대, 우방국 중심 경제질서 재편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지난해 11월 보리스 존슨 총리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녹색산업혁명 10대 전략을 발표했는데, 이는 에너지, 교통, 건설 등 다수의 실물경제 분야를 포괄하고 있어 사실상 신산업전략의 일환이다. 따라서 영국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배터리 분야 등에서 우리 기업의 새로운 시장 창출 기회가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영국이 수입한 전기차 중 한국산이 3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앞으로 이러한 분야의 시장 잠재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영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총무역량의 80%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무역협정을 체결한다는 목표 아래 개별 국가와 양자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 이후 새로운 무역파트너로 아시아 국가를 주목하고 있는데, 지난해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교역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했고 CPTPP를 통해 아세안 전반에 대한 시장 접근을 추진 중이다. 다만 최근 영국이 체결한 무역협정 일부에는 기존 EU와의 무역협정 복제를 넘어 디지털무역, 투자 협력 등과 같이 새로운 협력 내용이 추가되고 있어 우리나라 역시 영국과의 새로운 FTA 논의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영국 정부는 우방국 중심 경제질서 재편 역시 글로벌 공급망 강화와 연계해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미국 등 전통적인 서방국가와 안보·경제 공조를 강화하는 차원인데, 특히 중국에 대한 견제가 여러 방면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하는 5G 통신망 신규 구축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고 기존 화웨이 장비 역시 2027년까지 교체하기로 했다. 그간 중국이 다수 참여해 온 원전·인프라 사업에 대한 재검토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에는 「국가안보투자법(National Security and Investment Act)」을 제정해 대부분의 기술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의존도 완화와 건전한 공급망 형성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중국 기업들이 장악해 왔던 영국 내 많은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이며, 특히 통신·전자 등 첨단기술 분야, 기계·조선·건설 등 인프라 투자 관련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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