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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문화 강국의 면모에 걸맞게 안전의 위상도 높여야
김보현 안전저널 기자 2021년 08월호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개도국 그룹이었던 우리나라를 미국·영국 등이 속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격상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개도국으로 분류된 국가가 선진국 그룹으로 승격된 사례는 UNCTAD의 57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경제적·문화적 측면에서 이미 선진국 대열에 합류해도 무방할 정도의 저력을 보여왔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조5,512억 달러로 세계경제 10위권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3만1,881달러로 이른바 G7 그룹인 이탈리아를 넘어섰다. 또한 방탄소년단(BTS)이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크게 활약 중이며,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최근 한국어로 칸 영화제의 개막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가 주목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누구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는 당당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반드시 선결돼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 그중 가장 시급한 것이 ‘안전’ 문제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062명으로 집계됐다. 삶을 지탱하기 위해 나선 일터에서 사고나 질병으로 영원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하루 평균 6명에 달하는 셈이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이자 변치 않는 현실이다.
산재 사망사고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업종별로는 건설업에서 전체 사고사망자(882명)의 절반 이상(51.9%)이 나왔다. 규모별로는 상대적으로 안전관리가 취약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대부분(81%)이 발생하고 있다. 주된 재해 유형으로는 떨어짐, 끼임 등 이른바 ‘재래형 재해’의 비율이 높다. 이러한 사고의 대부분은 기본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했다면 충분히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느껴진다.
안전을 소홀히 하는 관행이 차고 넘치다 못해 일터를 벗어나 우리 일상을 파고들어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무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참사’가 대표적인 예다. 안전보다는 비용이, 세심한 관리·감독보다 방관이 앞섰던 그곳에서 버스에 타 있던 무고한 시민 9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당했다.
올해 초 산업현장의 안전보건을 강화하고, 중대재해로부터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법안이 제정·공포됐지만, 이처럼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마주할 때면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을 소홀히 하는 풍조가 이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속도’와 관련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급격한 경제성장과 발전을 이룩해 왔다. 그러나 앞만 보고 달려온 만큼 부작용도 잇따랐다. 모두가 ‘성장과 발전’이라는 최우선 가치에 매몰된 결과, 그 외의 것들은 무시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 관행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하게 됐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경제·문화 강국의 면모에 걸맞게 안전의 위상도 높여야 한다. 때마침 최근 공식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한 ‘산업안전보건본부’의 향후 활동에 많은 기대가 모아진다. 앞으로 본부는 산재예방 전담기구이자 중대재해 예방의 컨트롤타워로서 안전의 소중한 가치를 우리 일터와 일상에 널리 확산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과거 경제와 성장의 가치에 몰입했던 그 저력으로, 안전의 가치와 위상을 높이는 데 모두가 매진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한 안전무시 관행을 뿌리 뽑고, 국민 모두가 스스로 자긍심을 갖출 수 있는 당당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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