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세상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전쟁도 IT산업도 아닌 코로나바이러스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영원히 바꿀 것”이라고 했다. 변화가 아니라 탈바꿈이라 할 정도로 삶의 추세를 바꾸고 산업계를 변화시키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로스포츠산업 전반에도 거대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 중단 및 일부 관중 입장, 온라인 미팅 등 프로스포츠 구단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유럽 프로축구나 미국 프로야구 등은 관중 입장을 전면 허용했지만 우리나라 프로스포츠는 무관중이나 일부 입장 경기를 치르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위드(with) 코로나가 중요해졌다. 70~80% 정도 위축된 우리나라의 프로스포츠시장이 어떻게 코로나19와 더불어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구단들의 위드 코로나 마케팅 활동의 특징은 첫째, 언택트 시대를 잘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 기술 활용과 디지털 워크 환경 구축이다. 울산 현대 축구팀은 이번 시즌 다큐멘터리 〈푸른 파도〉를 제작해 홍명보 감독 부임과 선수단 개편에 관한 이야기, 2020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뒷이야기 등을 공개했다. 또한 K리그 구단 중 처음으로 네이버 쇼핑라이브 ‘이게 머선129’를 진행하며 팬들과 새로운 소통을 시도하기도 했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팬들이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응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단 공식 앱인 ‘위잽(wizzap)’과 화상 앱을 통해 작동하는 무선 응원봉 ‘kt wiz 비트배트’를 출시했다.
둘째, 광범위한 마케팅 활동보다 지역과 연계한 마케팅 활동이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은 이번 시즌 ‘매탄소년단’ 브랜드 구축을 통해 단순 상품 출시를 넘어서 지역 팬들과 함께하는 기회를 확대했다. 방탄소년단(BTS)과 수원 매탄고를 합성해 만든 브랜드로, 매탄고 출신 김태환, 강현묵, 정상빈 선수를 활용해 굿즈와 MD 상품으로 출시됐다. 특히 매탄소년단 유니폼을 개발해 기존 마케팅 기법에 팬들과의 양방향 소통을 더해 선수와 구단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연고지 내 해녀 수 감소 및 고령화로 전통문화 전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 해녀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셋째, 스마트 스타디움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모바일 플랫폼인 ‘내 손안에 전광판’을 만들어 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경기장 내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연결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경기 전에 출전 선수 명단과 경기를 준비 중인 선수들을 실시간 영상으로 볼 수 있고, 경기 중엔 경기 분석과 선수들의 모습을 본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자체 앱으로 티켓과 식음료, 상품 구매가 가능하고 무인 검표와 좌석안내 시스템도 갖췄다. 여기에 태양광 패널을 활용한 스마트폰 충전, 관중 간 실시간 채팅 기능도 추가하면서 팬들의 편의를 높였다.
넷째, 경기장에선 최대한의 개인 안전과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와 더불어 선수와 관중의 안전과 감염 예방이 중요하다.
다섯째, 비대면 스포츠 이벤트를 늘려나가고 있다. 가상현실(VR)을 통한 선수와의 미팅, 비대면 이벤트, e스포츠 게임 등 메타버스 활용이 늘어났다.
여섯째, 프로스포츠 구단 안정성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안 되는 분야는 과감하게 접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나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선택과 집중이 구단 운영의 핵심 원칙이 됐다.
언젠가는 마스크를 벗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경기를 관람하고 응원할 때가 올 것이다. 다시 돌아갈 미래를 위해서는 ‘성장보다는 지속’, ‘결과보다는 과정’, ‘모방보다는 창조’, ‘소유보다는 공유’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은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어려움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성장하며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역사가 증명하듯 대전환기는 절체절명의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다. 기회(chance)는 도전(challenge)을 통해 주어지고 성공하려면 변화(change)가 있어야 한다. 변화는 함께 가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위드 코로나는 미래를 준비하는 프로스포츠 구단들의 전략이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방식만이 프로스포츠가 발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