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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스포츠,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남상우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조교수 2021년 09월호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일상을 찾는구나 싶었다. 상황을 보니 아직 멀었다. 혹자는 ‘포스트(post)’ 코로나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젠 코로나와 함께(with) 살아야 한다고. 무엇이 됐든, 중요한 건 코로나19가 스포츠계를 크게 바꿔놨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가 이 감염병과 관련해 스포츠계에 취한 건 ‘폐쇄(문 닫자)’, ‘제재(조금만 사용해)’, ‘연기(나중에 하자)’뿐이었지만. 이 감염병은 한국 스포츠계의 무엇을 바꿔놨을까?
먼저, 사람들의 인식 변화. 스포츠계 취약계층을 인식했다. 대인 접촉이 금지될 때 스포츠가 무력화된다는 점을 인식했다. 스포츠는 ‘만남’과 ‘경쟁’이 핵심이란 걸 깨달았다. 중요한 면역력을 위해 운동이 필요함도 알았다. 프로스포츠가 폐쇄될 때 우리나라 체육 재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인식했다(체육 재정의 80%를 스포츠토토가 책임진다). 공공체육시설 폐쇄로 스포츠 향유의 계층 격차도 인식했다.
다음은 행동 변화. 대면 코칭이 막히자 코치들이 온라인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화면을 마주하며 ‘홈트’를 즐긴다. 실내시설 폐쇄로 야외 학교운동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관람석이 막히니 온라인 응원이 등장했다. 수영이나 댄스스포츠 같은 대학 교양체육을 집에서 소화하는 초현실주의적인 일도 벌어졌다. 대회 연기로 경기력은 떨어졌다. 이런 모든 변화의 핵심엔 ‘비대면 사회 패러다임’이 놓여 있다. 문제는 스포츠야말로 ‘대면 패러다임’이 중심인 활동이라는 사실이다.
이 감염병이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은 체육관을 찾을 것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문제는 유사 감염병의 잦은 출몰.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2000년대 세계적 감염병의 출몰 주기는 단축됐다. 이런 감염병, 향후 5년 안에 또 온다. 이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이다.
이런 시대의 스포츠는 어떤 모습일까? 첫째, 대면과 비대면의 컬래버레이션이 가능해진다. 스포츠 경기는 관람석에서도, 각 구단과 개인이 전달하는 ‘온라인 중계’로도 이뤄진다. 둘째, 근거리 스포츠 공간의 확장이다. 학교 체육관이 중요해졌다. 개인 건강, 공동체, 만남의 가치가 중요해지면 사람들은 마을 단위의 스포츠 활동을 지자체에 요구할 것이다. 셋째, 스포츠 활동에 필요한 시설과 용품의 제작과 배치가 감염병 중심으로 바뀐다. 향후 감염병 예방 관련 재정은 국방비 수준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스포츠를 포함한 사회 전체 인프라는 두 측면, 고령화와 감염병 예방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런 변화의 예측 가운데 우리가 고민해야 할 건 무엇일까? 첫째, 세금 기반의 체육 재정 개편이다. 지금처럼 기금 중심의 체육 재정 구조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견뎌내지 못한다. 둘째, 체육 조직의 운영 목표를 ‘기후위기 대응’으로 맞추는 문제다. ESG 경영은 이제 스포츠계에도 필수다. 셋째, 국민 개개인의 일상에서 맞춤형 스포츠서비스를 소화할 시스템 마련이다. ‘대면’, ‘비대면’, ‘나 홀로’, ‘여럿이’ 운동 중 선택해 언제라도 즐길 수 있는 시스템. 일종의 ‘스포츠 코디네이터’ 서비스다.
이러한 사안들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을 어젠다로 설정하고 논의하자.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는 건 맞다. 하지만 더 필요한 건 중요한 일을 고민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중요한 일을 고민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