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정상화 의지에 따라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되자 은행 가산금리가 상승해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다. 식을 줄 모르는 부동산시장, 멈추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우리나라는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예금금리의 3~4배에 이르는 불균형 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 7월 말 현재 시중은행 잔액 기준 가중평균 총대출금리는 2.77%로 총예금금리 0.66%의 4배가량이다. 다시 말해 대출원가가 되는 기준금리가 0.50%p 인상될 경우, 대출금리는 2%p가량 상승할 수 있다고 짐작해야 한다.
금리는 금융 부문과 실물 부문을 연결하는 고리로 금리가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경제순환이 순조롭다. 시장금리에는 그보다 낮은 수익을 내는 한계 기업이나 사업은 퇴출되거나 최소한 확장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금리 추세가 뒤바뀔 때는 인플레이션과 거품의 생성 또는 소멸로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시장의 가격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전환기일수록 시장위험 관리가 가계의 근검절약과 기업의 경영전략 못지않게 중요하다. 성장·물가·고용·국제수지 같은 거시경제 현상과 금리·주가·환율 같은 금융시장 흐름을 연계해 관찰하는 시각과 선택이 필요한 까닭이다.
금리가 오른다고 예상되면, 채권시장에서는 장기채일수록 가격하락폭이 커지므로 보유채권을 단기채로 전환하거나 현금화해야 가격변동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주당 기대이익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져 주식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지만 물가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아 금리가 오른다면 이익도 커지므로 가치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국내금리 상승이 단기 해외자금 유입을 유도해 환율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높아 금리가 올랐다면 중장기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돼 환율하락 위험이 도사린다.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은 여건과 취향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결국 화폐가치 변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격변동에 뒤따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면 가치(value)와 가격(price)을 구분해 시장을 관찰해야 한다. 가치보다 가격이 높아 거품(bubble)이 형성된 자산은 언젠가는 거품이 꺼지기 마련이다. 가격이 가치보다 낮은 역거품(reverse bubble) 또한 결국에는 적정 가격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이 시장의 이치다. 가치변동을 감안하지 않고 가격변동에 따른 차익만을 추구하다가는 자칫 살 때와 팔 때를 거꾸로 하다가 낭패 당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며 부가가치 창출 원천이 달라지는 환경에서 특정 자산을 매입한 후 무작정 보유하는 방식도 위험하다.
경제상황 변화와 함께 금리가 변동할 때는 인플레이션이나 거품의 생성 혹은 소멸이 뒤따르기 쉽기 때문에 가계와 기업의 선택도 신중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 열차를 탔을 때는 종착역까지 끈기 있게 기다려야 뜻하지 않은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가격이 가치와 괴리돼 비이성적으로 상승한 거품 열차에 탔을 경우에는 내릴 준비를 서둘러야 갑작스런 거품 붕괴로 말미암은 낭패를 예방할 수 있다. 오늘날 부동산시장, 주식시장 가격상승은 인플레이션 현상일까? 악성 거품 현상일까? 아니면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을 가져야 실패를 예방한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일하지 않으며 살아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효율적 자산관리는 삶의 안정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개인이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위험을 분산하고 불확실성을 줄여갈 때 나라경제도 튼튼해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