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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백신여권, 현금성 인센티브 등으로 백신접종 독려하는 뉴욕
정시행 조선일보 뉴욕 특파원 2021년 11월호


요즘 미국 뉴욕시의 풍경을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은 옛날이야기가 된 것 같다. 길거리를 바쁘게 지나는 직장인들과 몰려드는 관광객들, 극심한 교통체증 속에서 빵빵거리는 노란 택시, 저녁마다 관객이 물밀 듯 밀려드는 브로드웨이 극장가, 곳곳에서 펼쳐지는 실내외 공연과 대규모 파티…. 불과 1년 반 전쯤 코로나19로 시신이 넘쳐나는 길거리 장면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던 뉴욕의 모습은 완전히 떨치고, ‘잠들지 않는 도시’의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뉴욕이 이렇게 빨리 ‘위드 코로나’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서 가장 공격적인 백신접종 독려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뉴욕시 종합병원의 간호사가 백신을 접종한 이후, 뉴욕 당국은 백신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전력질주했다. 뉴욕의 인구밀집 환경과 대면 행사·서비스를 정상적으로 복구하지 못하는 한 핵심 산업인 관광과 공연, 요식업, 부동산 등의 경제생태계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실제 뉴욕은 올해 6월 미국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안전하게 식당·체육관·공연장 등 실내시설을 전면 개장하며 “뉴욕이 돌아왔다”고 선언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이 뉴욕의 백신여권이다. 올해 초 코로나19 백신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처음 보급되기 시작할 때부터 각국에선 백신접종 여부를 기준으로 사람의 동선을 제한하고 차별하는 백신여권이라는 아이디어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때 뉴욕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체 백신여권을 도입했다. 1년 가까이 미 전역에서 백신접종 의무화를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뉴욕처럼 이렇게 강도 높은 예방정책을 구사하는 지역은 LA, 샌프란시스코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백신을 기피하는 이들이 많은 플로리다, 텍사스 등 남서부 23개 주는 아예 백신여권을 금지했다.
뉴욕주의 백신증명서는 ‘엑셀시오르 패스(Excelsior Pass)’라는 지갑 형태의 디지털 앱이다. 지난 2월 도입 이래 현재까지 뉴욕시민 900만여 명 중 560만여 명이 이 앱을 다운받았다. 이름과 생년월일, 마지막 접종 시점부터 1년을 유효기간으로 표기했으며, QR코드에 최근 음성 검사 기록 등을 저장할 수 있다. 3차 부스터 샷을 맞게 되면 유효기간도 자동 연장된다. 지난 5월에 백신접종을 완료한 기자도 요즘 각종 행사나 도서관, 식당은 물론 실외 공연을 관람할 때 휴대폰에서 짙은 남색 배경에 자유의 여신상 이미지로 장식된 엑셀시오르를 켜서 보여준다.
엑셀시오르는 첨단 트렌드에 예민한 뉴요커들의 ‘백신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만든 유인책이다. 미국엔 연방정부의 백신 보급 주무 부처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행하는 종이로 된 자체 접종 기록 카드가 있다. 백신을 놔준 간호사 등이 수기로 날짜와 접종한 백신 종류 등을 써준다. 뉴욕에서도 CDC 카드를 백신증명서로 쓸 수 있지만, 1,700만 달러(190억 원)를 들여 뉴욕주가 IBM과 함께 개발·보급한 엑셀시오르의 인기가 훨씬 높다.
뉴욕 당국은 이 외에도 교사와 경찰, 시 공무원 등의 백신접종을 의무화하고, 주요 관광지에서 국내외 관광객에 무료 백신을 놔주거나 백신접종자에 파격적인 현금성 인센티브를 주는 등 여러 정책을 구사했다. 그 결과 현재 미국 백신접종 대상 인구(12세 이상)의 백신접종률은 77%에 그치는 데 비해, 뉴욕시는 84%로 매우 높다. 월가와 글로벌 대기업, 유엔 등이 모여 있는 맨해튼 도심의 경우 접종률이 100%에 육박한다. 한국은 백신접종을 둘러싼 갈등이 미국보다 적고 행정적 실험도 쉬운 편이지만, 성공적으로 위드 코로나에 돌입한 뉴욕의 사례는 참고할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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