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드 코로나’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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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2021년 11월호
코로나19 유행이 2년을 넘길 전망이다. 2019년 말 중국에서 정체가 확인된 뒤 2020년 초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될 때만 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없어지는 ‘포스트 코로나’를 전망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위드 코로나’, 즉 바이러스와 함께 지내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훨씬 많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적은 나라에 속해 방역정책에 있어 모범이라는 평가를 받는 우리나라도 ‘코로나19 퇴치’보다는 사실상 바이러스와 함께 하는 ‘단계적 일상 회복’을 거론하고 있다. 바이러스와 함께 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다시 유행 단계로 갈 위험은 없을까?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비행기 등 빠른 교통수단, 아파트나 콜센터와 같은 직장 등 밀집한 생활환경, 대도시 등에서의 잦은 만남 등이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조건을 만들었다. 이에 견줘 사람은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예방접종이나 치료제를 갖고 있지 못했다. 평소 건강한, 특히 젊은층의 경우 별다른 치료 없이도 바이러스를 이겨 낼 수 있었지만, 만성질환자나 노인 등 건강 취약층은 피해가 컸다. 이 때문에 각국의 방역 당국은 시민들에게 기본적인 위생수칙인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을 잘 지켜 달라고 강조했고,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시행했다. 몇몇 나라에서는 한 도시를 봉쇄하기도 했다.
2020년 말쯤에 유럽이나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서 출시된 백신으로 비로소 사람은 바이러스에 취약한 이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갖게 됐다. 하지만 백신 예방접종은 사람의 면역계가 바이러스의 침입을 미리 학습해 그 피해를 줄이는 것이지 바이러스 자체를 죽이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종족을 번식하고자 하는 바이러스 입장에서도 예방접종의 효과를 피해 갈 수 있는, 즉 변이를 일으킨 종류가 우세종이 된다. 확인된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았음에도 델타변이 등이 코로나19의 주된 바이러스가 된다는 말이다.
다행한 일 하나는 비록 변이를 일으켰지만, 예방접종으로 면역 학습이 된 우리 몸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중증으로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를 가능성은 눈에 띄게 낮아진다. 반대로 좋지 않은 상황은 이제는 사망에 이르거나 중증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즉 ‘무증상 감염’과 같은 사례가 많아지므로 감염자 수는 대폭 늘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백신접종률이 목표치에 도달해 이른바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펼친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에서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
많은 감염 분야 전문가들은 지구상에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병원체 가운데 완전히 사라진 것은 천연두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주요국은 천연두의 재유행에 대비해 예방백신 등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퇴치라는 말 자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퇴치보다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상태로 공존한다고 봐야 한다. 위드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도 예방접종률이 70%에 이른 지금에도 코로나19 피해는 계속된다.
비록 접종을 목표치대로 했다고 해도 여전히 건강 취약층의 보호는 중요하다. 중증 등으로 입원하더라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격리실 및 중환자실을 충분히 갖춰야 하며, 환자를 돌볼 의료인력도 준비해야 한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자택이나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바이러스 감염을 스스로 이겨내고 중증 악화 가능성이 보이면 재빠르게 입원시키는 방안도 섬세해야 한다.
일상 회복 단계로 진입했다고 해서 손 씻기나 마스크와 거리를 두는 것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호흡기 질환 사망률은 이전보다 감소했는데, 이는 마스크 쓰기나 손 씻기, 거리 두기의 효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과정에서 우리가 더욱 중요성을 깨달은 건강 습관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 ‘아프면 쉰다’거나 ‘백신 휴가’, ‘재택근무’ 등 건강을 위한 제도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아울러 감염자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 대신 함께 이겨내겠다는 마음 역시 희생을 치러가며 배운 가치다. 비록 백신의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나와 가족 그리고 다른 이들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예방백신을 접종받은 젊은층의 공동체 정신도 배울 점이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에 맞는 방역·의료 대책을 만들며, 시민들 역시 지금까지 배운 시민참여형 방역을 더욱 발전시켜야 어렵게 만든 이 평화는 계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