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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눈부신 불꽃으로 여는 새로운 서사
임종빈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정책연구1팀장 2021년 12월호


2013년 1월 ‘나로호’가 앞으로 추진될 독자 우주발사체 개발에 대한 긴장되고 기대되는 떨림을 선사했다면, ‘누리호’는 눈부실 정도의 강력한 불꽃으로 우리나라에 새로운 우주개발의 장을 열어줬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 당대 기준으로 선도적인 고체로켓 기술을 사용한 ‘신기전’을 보유하고 있었다. 신기전은 고려시대 최무선이 발명한 로켓병기인 주화(走火)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선시대인 1448년(세종 30년) 제작돼 17세기 이후까지 널리 생산됐다. 현대의 로켓 기술은 과거의 고체로켓 기술에서 액체로켓으로 확장·발전돼 왔으며, 이를 통해 보다 정밀한 위성 발사가 가능하게 됐다. 
우리는 누리호 개발에서 선조들의 이러한 독자적 로켓 기술을 현대의 발전된 형태인 액체로켓으로 승화시킨다는 역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또한 현재의 누리호는 미래 우리의 우주활동을 견인하는 새로운 선구자다.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만의 발사체를 확보하지 못해 비용을 지불하고 해외 발사체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누리호를 통해 우리가 만든 위성의 발사, 달 탐사 및 소행성 탐사 등 독자적 우주활동이 가능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세계 발사서비스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현대의 우주발사체 기술은 국가 간 이전이 제한되는 대표적인 이중용도 전략기술이며, 발사체 기술의 자주권 확립은 지속 가능한 우주개발의 추진 및 안보 역량 강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한반도 주변국 미국·중국·일본·러시아·북한은 이미 우주발사체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우리도 전략적·안보적 차원에서 발사체 보유는 필수다. 위성 자체발사 능력이 없을 경우 모든 과학적·상업적·군사적 위성을 해외발사체를 이용해 발사해야 하므로 주요 국가 정보 및 기술의 유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주개발을 위한 각국 간의 협력이 위성 개발 및 우주탐사 분야 등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발사체 분야는 예외다. 발사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국제 우주공동개발 등에 주도적 참여가 가능하며, 국제 우주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가가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 등 대부분 발사체 보유국임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렇듯 전략적 측면에서도 누리호 개발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누리호 개발을 통해 기존에 없던 국내 발사체산업 생태계를 조성한 것이 가장 큰 의미라 볼 수 있다. 또한 누리호 개발을 통해 확보한 기술은 타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누리호는 영하 183℃의 액체산소를 보관하고 있어야 하고, 엔진이 연소할 때 연소기가 처하게 되는 3,500℃ 온도를 견뎌야 하며, 엄청난 진동과 압력도 버텨내야 하는 재료·기술 등이 요구된다. 이러한 기술들은 고도의 정밀성과 신뢰성을 요구하는 최첨단 기술로 소재·부품·기기·시스템 분야 등의 기술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발사체 기술은 한 나라의 국력과 총체적인 과학기술력을 상징하며, 발사체 개발 성과는 국가의 위상과 신뢰도 제고 및 국민의 자긍심 고취로 직결된다. 더불어 우리의 위성을 우리의 발사체로 우리의 발사장에서 발사함으로써 미래 세대에 우주개발 및 과학기술에 대한 꿈과 희망과 용기를 심어줄 수 있는 교육적 효과도 매우 크다.
이렇듯 누리호 개발은 다양한 관점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누리호 개발을 통해 늦었지만 누구의 도움도 없이 선진 기술을 따라갈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자신감은 다양한 분야에 전파돼 해당 분야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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