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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극복하는 네 가지 마음의 힘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2년 01월호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달아오르는 듯했던 지난 연말 분위기가 거리 두기 강화로 일순간에 얼어붙었다. 백신의 조기 개발로 한때 코로나19 극복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듯했으나 변이의 세계적 확산은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 블루·레드·블랙으로 지칭돼 온 정신건강의 문제가 악화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2020년 초에 코로나19가 곧 끝나리라는 일말의 기대 속에서 방역당국의 방역수칙 권고를 인내심 있게 따르던 시기가 코로나 블루의 국면이었고,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짜증과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 코로나 레드였다면, 분노할 기운마저 사라지고 암담함이 엄습한 것이 코로나 블랙의 국면이다.
현 시점에서 정신건강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백신 부스터 접종과 더불어 방역 수칙 준수, 사회적 거리 두기 등 ‘행동백신’을 실천해 나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우는 데 있다. 행동백신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거리 두기 강화로 인한 박탈을 이겨낼 수 있는 ‘독존력, 수용력, 낙관력, 만족력’이라는 네 가지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관계의 제한과 단절이야말로 코로나19가 인류에게 주는 가장 큰 심리적 고통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처방이 독존력, 즉 ‘혼자 있을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하며 정신을 집중하는 훈련으로 술, 담배, 독서 등의 활동을 일절 안 하면서 오로지 자신의 마음속에 흘러가는 생각들에만 집중해 보라고 권한다. 이런 수준의 훈련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혼자만의 활동에 전념하는 훈련을 권하고 싶다. 게임, 인터넷, SNS 등 집중력과 지속력을 방해하는 산만한 자극에서 잠시 벗어나 독서, 글쓰기 등에 전념하는 훈련을 짧은 시간이라도 시작해서 점차 그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다. 
두 번째 마음의 힘은 수용력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다이나믹 코리아로 변모하는 동안 수용과 인내의 미덕은 뒤로 밀려나고 큰 목소리로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잘난 사람인 세상으로 바뀐 듯하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한번 수용의 미덕을 회복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유행 속에 있는 우리가 지금 바꿀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바이러스가 확산돼 있으며, 감염 가능성에서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행동이다. 마스크 착용하기, 안전거리 유지하기, 손 씻기, 모임과 외출 자제하기와 같은 안전 수칙이 모두 감염 위험을 피하기 위해 바꿀 수 있는 우리의 행동이다. 바꿀 수 없는 상황을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힘을 길러야 한다. 
세 번째는 낙관력이다. 앞으로 2~3년은 코로나19와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심리적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현실을 직시하는 바탕 위에서 희망을 가져야 하며, 한두 달 후에는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품었다가 실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 뜬 낙관주의’다. 눈 뜬 낙관주의란 막연히 잘 될 거라는 기대를 품은 채 기다리는 ‘눈 감은 낙관주의’와 달리,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응시한 채 희망을 잃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마지막 마음의 힘은 만족력이다. 현대인은 모두 어느 정도는 쾌락 중독자다. 알코올 중독자가 음주를 일시에 중단하면 금단 현상이 생기듯 쾌락 중독자가 쾌락을 갑자기 차단하면 짜증이 많아지고 불안해지고 우울해진다. 이것이 바로 거리 두기로 인해 코로나 블루가 발병한 것과 같은 원리다. 알코올 중독의 치료가 금주 또는 절주라면, 쾌락 중독에 대한 처방은 만족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평소 하찮게 여기던 일상 하나하나를 깊이 음미하고 기쁨을 느낌으로써 쾌락의 역치를 낮추는 훈련을 매일 해나간다면 스쳐가는 바람에도 만족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아무리 강화돼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
이상의 네 가지 마음의 힘은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아야 한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마음의 힘 배양이 전 국민적인 노력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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