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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발달과 코로나19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메타버스
이요훈 IT 칼럼니스트 2022년 02월호


메타버스는 무엇일까? 많이 듣다 보니 금방 익숙해진 단어지만, 막상 이게 뭔지 시원하게 말해 주는 사람은 없다. 소설에서 빌려온 개념이기도 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기도 하며, 쓰는 이마다 서로 다른 뜻으로 말하는 탓이다.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바꾼 메타나 게임 회사 에픽 등에서 말하는 메타버스는 몰입형 메타버스다. SF 영화에서 많이 본 것처럼 가상현실(VR) 안경을 쓰고 마치 다른 곳에 있는 듯 생활하는 공간을 뜻한다. 

메타버스 대표 주자로 불리는 제페토 같은 앱은 3D 아바타 채팅 서비스고,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게임을 만들어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윈도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그래픽 칩 개발사 엔비디아에서 말하는 메타버스는, 원격으로 떨어져 있어도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에 가깝다. 이렇듯 서로 다른 제품들이 너도나도 메타버스라고 하니 메타버스가 뭔지 감이 잡히지 않을 수밖에.

그럼 진짜 뭐가 메타버스일까? 이 말이 왜 나오게 됐는지 생각해 보자.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원격학습을 하게 되며 우린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깨달았다. 만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때 등장한 단어가 메타버스다. 기술을 조금 더 개발하면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만나고 일하고 노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렇게 일하고 생활하는 가상공간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빌려왔다. 

이 공간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다. 컴퓨터 게임을 통해 발전한 이 기술은 메타버스라는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쓰인다.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 VR헤드셋처럼 그래픽을 보여주는 장치가 달라져도, 결국 컴퓨터가 만들어낸 그래픽, 컴퓨터가 만들어낸 세계다. 이 세계를 지배하는 문법, 움직이고 대화하고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은 모두 게임에서 가져왔다. 게임산업 종사자들이 ‘메타버스는 게임이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존재하는 대부분의 메타버스서비스는, 게임 공간에서 게임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 

사실상 컴퓨터 게임 기술을 쓰고 있다면 예전에는 왜 메타버스가 떠오르지 못했을까? 우선 메타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었다. 게임이 아닌 다른 일, 채팅이나 뉴스, 커뮤니티, 전자상거래, 교육, 업무 등은 그냥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게 훨씬 편했다. 컴퓨터와 그래픽 기술도 뛰어나지 못했다. 네트워크 속도도 빠르지 않고 콘텐츠 스트리밍 기술도 형편없어서 화상 회의는커녕 음성 대화를 하기도 불편했다. 콘텐츠를 배포할 플랫폼과 하드웨어도 제대로 없어서, 기껏해야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3D 아바타 캐릭터로 채팅을 하는 게 전부였다.

지금은 다르다. 고화질 영상도 실시간 재생으로 볼 만큼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졌고, 게임 제작과 그래픽 기술 발달로 더 많은 것을 쉽고 자세히 표현할 수 있게 됐다. VR헤드셋을 쓰면 1인칭 시점에서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같은 물건을 보며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러면 뭐가 좋을까? 요즘은 제품 디자인 단계에서 시제품 제작 없이 실제 제품과 유사한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검토를 끝마치는 일이 많다. 그것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함께 보면서 검토할 수 있다면 제품 개발 기간이 더 줄어든다. 화상 대화지만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콘텐츠를 배포할 플랫폼도, 스마트폰을 비롯해 메타버스를 즐길 많은 스마트 기기와 VR헤드셋도 있다. 아직 메타버스가 세상을 바꿀 거라 말하긴 이르지만, 충분히 싹을 틔울 환경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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