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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현실로, 메타버스 ‘로그인’
류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 2022년 02월호

 

# 2021년 3월, 순천향대 21학번 신입생들은 색다른 경험과 함께 대학 생활의 첫발을 뗐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대학 캠퍼스 대신 가상 캠퍼스에 모여 입학식을 가진 것이다. 메타버스에 구현된 순천향대 대운동장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초대형 전광판이 설치돼 입학식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하늘에는 주요 단과대학의 휘장이 휘날리며 마치 영화 속 장면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신입생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낸 아바타로 입학식에 참석해 가상공간에서 교수, 동기와 첫인사를 나누고 신입생 선서를 하는 등 이색 체험을 했다.

메타버스가 일상 속으로 성큼 다가왔다. 가상현실은 더 이상 영화나 게임 속에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메타버스와 관련이 있다고만 하면 주가가 치솟고,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메타버스시장에 진출한다고 난리다. 심지어 페이스북은 회사 이름을 아예 ‘메타’로 바꿔버렸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30년 전만 해도 아무도 ‘인터넷’을 몰랐지만, 이제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가 됐다. 스마트폰이나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그 전까지는 대부분이 알지도 못했던 개념들이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2000년대의 ‘인터넷 혁명’, 2010년대 ‘스마트폰 혁명’에 이어, 2020년대는 ‘메타버스의 시대’다. 그동안은 메타버스가 체감하기 어렵고 아직은 먼 얘기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인공지능(AI)의 발달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디지털트윈 등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빠르게 일상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게임 업계는 메타버스를 가장 영리하게 활용하는 곳으로 꼽힌다. 글로벌 가입자 3억5천만 명, 동시접속자 1천만 명이 넘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BTS는 포트나이트에서 ‘Dynamite’ 안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2020년 4월에는 미국의 힙합가수 트래비스 스콧이 포트나이트를 통해 콘서트를 열었다. 그의 아바타가 공연 퍼포먼스를 하는 동안 1,200만 명 이상의 포트나이트 플레이어 아바타가 하늘을 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국내 걸그룹 블랙핑크가 제페토에서 진행한 가상 팬사인회에는 무려 4,600만 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패션업계도 메타버스 트렌드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구찌는 제페토를 통해 구찌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가상공간 ‘구찌 빌라’를 선보였다. 제페토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아바타에 직접 구찌 패션 아이템을 착용해 볼 수 있다. 구찌 외에도 디올, 나이키, 컨버스, 노스페이스 등이 제페토에 입점한 상태다.

스마트 오피스는 메타버스와 만나 재택근무의 효율을 극대화한다. 부동산 플랫폼 기업 직방 직원들은 2021년 6월부터 메타버스 속 가상 오피스로 출근한다. 출퇴근 시간 ‘지옥철’에 시달릴 필요 없이 직방이 자체 개발한 ‘메타폴리스(Metapolis)’에 로그인만 하면 곧바로 업무 시작. 가상공간에 개인 책상과 회의실 등 업무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어 효율이 한층 높아졌다.

이 밖에도 의료, 교육 등 메타버스의 영향력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는 하루를 상상하기 어렵듯, 머지않아 메타버스도 일상 그 자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빨간약을 골라 진짜 현실을 직시했다. 우리는 반대로 가상세계에 눈을 떠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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