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단연 화두였다. 그런데 2021년부터 별안간 메타버스가 등장했고, 이제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인공지능(AI)을 제외하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러한 기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들 기술 대부분이 메타버스 속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메타버스는 시작 단계에 있다. 메타버스에 영향을 주는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의 수준이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 메타버스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에 메타버스 열풍이 시작될 수 있었다. 30년 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 속에만 존재하던 메타버스가 지금 구현된 것이다.
메타버스산업 경쟁은 특히 플랫폼 공급자 간에 치열하다. 이들은 사운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 회사가 가진 모든 자원을 올인하기도 한다. 아직 플랫폼을 공급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여기에 합류하려고 물밑에서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플랫폼, 콘텐츠, 기기가 필수다. 이 세 가지 모두 확실하게 확보하고 서비스하며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현재 선두를 달리는 기업은 지난 10월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바꾼 메타다.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세계 구현이 핵심 중 하나다. 인간의 시각으로 3차원 가상세계를 경험하려면 가상현실(VR) 기기가 필수인데, 메타는 2020년 하반기 오큘러스 퀘스트2를 출시하자마자 100만 대 이상을 판매했다.
1990년에 시작된 웹1.0 시대는 PC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애플 맥 OS도 포함)가 주도했고, 2008년 시작된 웹2.0은 스마트폰과 구글 안드로이드(애플 iOS 포함)가 주도하고 있다. 다가올 웹3.0 시대는 메타버스가 핵심이 될 거라는 분석이 많다. 메타가 사운을 걸고 메타버스 회사로의 변화를 꾀하는 이유는 웹3.0 시대의 주도권을 갖기 위함이다.
페이스북은 월 사용자 수가 22억 명 이상으로 광고를 통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 왔지만 PC나 스마트폰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플랫폼과 OS가 전혀 없어 경쟁사들이 페이스북을 차단하면 언제든 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감에 더욱더 메타버스에 매진해 온 것이다. 그 결과 메타버스 분야에서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히려 메타를 추격하는 입장으로 반전됐다.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의 경우, 네이버Z의 제페토가 선두고 SKT의 이프랜드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또한 이들의 성공을 확인하고 미래의 대세가 되리라 예견하는 경쟁사들이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카카오, KT, 한글과컴퓨터가 메타버스 사업을 본격화했고 삼성전자도 최근 가세하기 시작했다. 결국 IT 기술 및 자회사를 가진 모든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지금은 장담하기 어렵다. 메타버스 비즈니스에 대해 어떤 전략과 방향성을 갖는지와 최고 경영자의 확고한 신념과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이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메타버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플랫폼뿐 아니라 디지털트윈(현실의 모습을 가상세계에 쌍둥이처럼 구현한 것) 분야도 크게 성장할 것이다. 이 분야에서도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메타버스 기기인 VR, 증강현실(AR) 분야, 반도체 하드웨어, 3D 소프트웨어, AI, 클라우드, 무선 통신 등도 업계 강자들 간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