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얼굴 인식 AR 카메라 앱 ‘롤리캠’을 개발했고,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타, 디즈니, 삼성, LG 등 굴지의 국내외 기업과 협업해 온 시어스랩이 지난 12월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 ‘미러시티’ 베타서비스를 출시했다. 프로젝트 책임자 우동훈 시어스랩 이사를 만나 미러시티와 시어스랩이 그리는 메타버스 세상에 대해 들어봤다.
미러시티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시어스랩은 증강현실(AR) 기술 기반의 ‘롤리캠’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얼굴·사물 등을 인식하는 비전 AI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사진 한 장으로 3D 아바타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2020년부터 메타버스가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3D 공간에 아바타가 들어가는 것이 메타버스의 기본 사항이 되다 보니 관련 기술을 보유한 시어스랩도 주목받게 됐다. 아바타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와 동일한 3D 공간을 메타버스로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기획을 발전시켜 ‘미러시티’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인가?
실제 사람, 사물 및 환경을 가상세계에 실시간으로 미러링해 지도 기반으로 제공하는 개방형 메타버스서비스다. 제페토 등은 이미 설정된 제한적인 환경에서만 공간을 만들 수 있지만, 미러시티는 완전히 오픈된 플랫폼이기 때문에 누구나 들어와 자유로운 형태로 자신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상점, 식당뿐 아니라 학교, 공공기관도 입점해 실질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작은 동네 가게도 공간을 핸드폰으로 촬영해 미러시티에 올리면 실물과 같은 가상공간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저작 툴을 연내 제공할 계획이다.
어떤 업체들이 관심을 갖나?
미러시티 출시 전부터 메이저 가전 브랜드의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백화점, 대형 프랜차이즈, 서울 소재 고등학교, 관공서 등 여러 곳과 미러시티 입점과 관련해 논의 중이다. 정식 서비스 런칭 시 자세한 정보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경제활동이 가능한가?
아바타가 식당 분위기를 보고 메뉴판에서 간단히 주문·결제하면 제휴한 배송업체에서 바로 음식을 배달해 준다. 은행을 방문해서는 은행 직원과 직접 대화를 나눈 후 본인 인증을 통해 일을 처리하고, 백화점 메타버스 공간에 들어가서 매장을 둘러보고 AR 피팅 기능을 통해 자신의 체형에 맞춰 옷을 피팅해 본 것을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 연내 이러한 활동이 모두 가능해질 것이다. 앞서 오픈한 제페토, 이프랜드 등에서 가상 아이템을 중심으로 한 기업 홍보 위주의 활동이 이뤄졌다면, 미러시티는 현실의 경제활동에 더 초점을 맞췄다.
아바타로 메타버스에서 주문하는 것이 기존 온라인 주문보다 더 좋은 점은?
시어스랩이 목표로 하는 메타버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UX)을 통해 실제와 같은 체험을 미러시티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즉 미러시티 내 신발 매장에 들어와서 다양한 상품을 구경하고, 우리의 AR기어 기술을 통해 내 발에 직접 AR 피팅을 해보는 등 오프라인을 방문한 것과 동일한 경험을 내 방에서 더욱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 온라인 거래는 음식을 시키려면 배민, 요기요 등을, 물건을 사려면 네이버, 쿠팡 등을 다각도로 비교해 선택해야 하고 아이디·패스워드도 각각 다 기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미러시티는 플랫폼 간 비교할 것 없이 아바타를 통해 원하는 가게로 직접 들어가 주문하면 되고, 그 거래 히스토리가 내 아바타로 통합돼 쌓인다. 온라인 거래 트렌드 자체가 앱·웹에서 메타버스로, 그러니까 플랫폼별로 흩어져 있는 서비스가 메타버스 내에서 통합돼 이뤄지는 형태로 바뀐다고 보면 된다. 아바타로 모든 아이디를 통합하고 인증·결제 등을 연동함으로써 개별 서비스 단위에서 파편화돼 있던 모든 것을 미러시티 안에서 한 번에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미러시티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대기업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정교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겠지만, 우리는 더욱 빠르게 더 오픈된 플랫폼을 출시해 더 많은 기술을 개방함으로써 더 많은 사용자를 유입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것을 돌려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차별화하고자 한다. 소상공인 등이 우리 플랫폼 안에서 원하는 유저들을 낮은 비용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애플의 AR글래스가 연내 출시될 거란 뉴스도 있던데.
AR 필드에서는 애플의 AR글래스 출시가 게임 체인저가 될 거라 예측한다. 올해 구글에서 인증한 AR글래스도 나올 것이다. 우리가 올해를 메타버스의 원년으로 보는 이유다. 메타버스의 미래는 AR글래스와 함께한다고 보는데, 지금과 같이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만 움직이는 정도가 1단계라면, 2단계는 AR글래스로 이뤄지는 메타버스 세상이다. 일반 안경처럼 가볍고 쓰기 편한 AR글래스를 쓰고 실제 거리를 지나가면 부동산 가격, 가게 쿠폰 등 거리의 정보를 모두 받을 수 있게 되며, 이러한 정보들이 미러시티 플랫폼과 손쉽게 연동돼 현실과 가상이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3~5년 내 AR글래스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될 것으로 보는데, 원천 AR 기술을 보유한 시어스랩이 AR글래스와 관련해 가장 빠르고 차별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시어스랩이 그리는 메타버스의 미래는?
미러시티에서 AR글래스까지 확장해 실생활의 경제활동을 메타버스로 옮기고, AR글래스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제공받고 그것을 다시 메타버스 플랫폼에 연결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오픈 플랫폼에도 선제적으로 나선 만큼 메타버스서비스 융합 등의 측면에서도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메타버스산업 경쟁력은 어떤 수준인가? 경쟁력을 높일 방안은?
메타버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셉트로 메타버스를 만들어가는 부분은 우리나라가 확실히 앞서 있다고 본다. 사실 아직 메타버스산업이 초기 단계에 있기에 규제 등에 대한 부담감은 적다. 다만 요즘 화두가 되는 것이 대체불가토큰(NFT)인데, 메타버스 안에서 좀 더 자유롭고 쉽게 블록체인 기반 거래 행위가 가능하게 됐으면 한다. 또한 금융권 마이데이터와 같이 메타버스 플랫폼이 서로 연동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이 필요할 것 같다. 메타버스의 가장 큰 장점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가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것인데, 플랫폼끼리 경쟁이 격화되다 보면 결국 최강자 하나만 살아남아 시장을 독식하게 될 수 있다. 은행권의 표준화 작업은 각각의 독립된 보수적 시스템을 연동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지만, 결국 이 연동을 통해 토스뱅크 같은 혁신적 서비스가 나왔다. 메타버스 쪽은 다 테크 기반 기업이어서 정부의 지원과 주도가 뒷받침된다면 표준화 작업 등이 훨씬 수월할 것으로 생각된다.
메타버스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까?
사회적 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령자의 경우 아바타 조작이 처음에는 좀 힘들 수 있겠지만 아바타로 인증 등이 다 통합된다면, 미러시티에 입주한 가게에 들러 물건을 사는 등의 활동이 기존 온라인 쇼핑보다 더 직관적인 형태로 이뤄지는 만큼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 격차나 문화 소외 등의 문제도 관련 콘텐츠들이 메타버스 안에서 많이 소비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실감형 카메라를 이용한 비전 AI 기술로 바로 눈앞에 선생님이 있는 것 같은 강의,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생생한 공연 등 단순 스트리밍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실감 콘텐츠들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만큼, 메타버스 콘텐츠가 불균형 해소 등의 측면에서 기존 온라인 콘텐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