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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소프트파워, 한국의 문화브랜드를 글로벌 휴머니즘으로 정착시키다
김유경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공공브랜드연구센터장 2022년 03월호


탈냉전 이후 국제관계 담론에서 권력, 즉 파워가 생성되고 작동하는 차원은 더욱 다양해졌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소프트파워’에 대해 군사력이나 경제적 제재를 통해 외교적 목적을 달성했던 하드파워의 확장 세력으로서, 문화·이념·외교정책 등의 유연한 가치라고 정의했다. 다시 말해 소프트파워란, 국제적 차원에서 한 나라의 인권, 이데올로기,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독창적인 문화와 예술이 다른 나라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매력이 돼 마음을 사로잡는 힘, 단어 그대로 ‘부드러운 힘’이다. 

버락 오바마는 대통령 당선 연설에서 “미국의 진정한 힘은 무기의 위력이나 부의 규모가 아니라, 항구적인 국가 이상, 즉 민주주의와 자유, 기회, 불굴의 희망에서 비롯됐다”라며 보이지 않는 힘을 강조했다. 이제 하드파워의 절대 권력을 넘어 새로운 힘의 원천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동일한 차원의 권력이 새뮤얼 헌팅턴이 제기한 ‘문명의 충돌’ 시대에 그대로 적용되기란 쉽지 않다. 소프트파워 측면에서는 국가 간 감성적 특수성이 인정돼야 하며, 이는 정체성, 문화, 사상 등에서 그 개별성이 곧 장점이요, 고유한 매력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K’소프트파워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국가브랜드의 관점에서 우리의 소프트파워는 문화와 그 속에 담긴 민족 정체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류는 우리의 전통을 토대로 대중문화를 새롭게 가공하고 재창출한 문화적 혁신이며, 고유한 가치를 담은 다양한 콘텐츠를 세계시장에서 독점 브랜드화한 사례다. 그러나 한류콘텐츠는 단순히 한국이라는 개별 국가의 홍보용 소재가 아니라, 세계가 공통의 문화담론으로 공유하는 ‘글로벌 소프트파워’다. 예컨대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팝 공연은 전 세계 젊은이들을 공동의 장으로 초대해 이념·종교·체제를 초월한 동일한 감동의 콘텐츠를 즐기며 한데 어우러지게 하면서 K컬처를 함께 즐기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Think local, act global! 문화를 통한 범세계 시민 형성이라는 좌표 속에 국가주의는 의미가 없다. 한국의 문화브랜드가 일상과 예술 속에 글로벌 휴머니즘을 정착시켜 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국제관계의 담론을 활성화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문화프로그램이라는 주장은 이미 독일,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이 세계 도처에 세워둔 문화원 및 교육기구와 그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바 있다. 이뿐인가. 2009년에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모하면서 공적 원조를 대외정책의 기치로 내세운 이후, 한국형 소프트파워의 전략은 세계로 관심을 돌렸다. 최빈국에서 선진대열로 도약한 경험을 살려 글로벌 사회에서의 국가적 책임, ESG 등 공적 의무를 다하는 신뢰 국가로서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는 차제에 빈곤퇴치·기후변화·방역 등의 지구촌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나눔 정신을 실천하는 등 공공브랜드로서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한국형 소프트파워의 또 다른 고유성은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정체성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만의 환경적 조건이 평화와 통일을 담론으로 하는 ‘한반도 브랜딩’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간이 지속 가능한 협력 체제를 효과적으로 구축해 관리한다면 하드파워식 권력형 대치에서 세계 유일의 평화공존형 소프트파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내세울 소프트파워는 국내 기업의 세계적 선진화와 함께 급격히 도약한 기술의 혁신성장에서 비롯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가치는 창의성과 연결성이며, 우리가 글로벌 브랜드와 함께 이뤄낸 첨단산업의 정신적 근간이다. 이는 한류를 정착시킨 창의적 문화정체성과 첨단기술이 빚어낸 연결 가치를 묶어 독창적 소프트파워 효과를 창출한 우리만의 성공사례이기도 하며, 향후 한국형 스마트파워로 평가받는 귀중한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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