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배우 오영수가 지난 1월 9일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TV 드라마 부문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인 배우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수상자로 선정된 건 최초다. <오징어게임>에서 탈북녀 배역을 맡은 배우 정호연은 미국판 『보그』 2월호 표지 모델이 됐다. 아시아인이 『보그』 표지 모델에 오른 건 1892년 창간 이후 최초다.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은 지난해 4월 25일 미국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 역시 한국인 최초 수상이다. 국내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지난해 11월 21일 미국에서 열린 제49회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에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아시아인 최초 수상이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도 주류 문화콘텐츠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한국의 전체 수출액은 5.4% 줄었지만, 같은 기간 영화·음악 등 K콘텐츠의 수출액은 108억3천만 달러(약 13조1,151억 원)로 6.3% 늘었다. 이러한 K콘텐츠의 인기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 대한 매력을 높이고, 한국으로의 인재 유치를 촉진하는 소프트파워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경제매거진 『모노클』은 지난해 1월호에 실린 ‘소프트파워 슈퍼스타들’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독일에 이어 2위로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9월에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K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한 ‘치맥(Chimaek)’, ‘대박(Daebak)’ 등 26개의 단어가 새로 추가됐다. 1976년 ‘김치(Kimchi)’가 처음 등재된 이후 45년간 총 20개의 우리말 단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됐는데, 2021년에만 26개가 새로 추가된 것이다. K콘텐츠 열풍은 K푸드인 김치 수출 증가에도 기여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2020년 대비 10% 이상 늘며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K콘텐츠 인기 급부상 요인으로는 SNS와 넷플릭스로 상징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부상이 꼽힌다. 2013년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튜브가 있었다. 당시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영상은 52일 만에 1억 뷰를 찍으며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BTS 역시 TV 같은 전통미디어 대신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아미'를 규합해 갔다. BTS의 트위터 팔로워는 약 4,400만여 명, 유튜브 공식 채널 ‘BANGTAN TV’의 구독자는 6,400만여 명에 달한다.
특히 팬데믹은 OTT 성장을 가속화해 K콘텐츠의 세계화를 앞당기는 효과로도 이어졌다. 세계 최대 OTT 업체인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 전 세계 가입자 수가 약 2억1,350만 명으로, 팬데믹이 본격 확산하기 전인 2020년 초 대비 약 48% 늘었다. 넷플릭스 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전 세계 190개국에 전파됐다. K웹툰의 부상도 스마트폰 보급 확산이 만든 모바일콘텐츠시장 빅뱅이 작용했다. 네이버웹툰은 2021년 100개국에서 웹툰 앱 수익 1위를 기록했고, 카카오가 일본에서 서비스하는 만화 앱 ‘픽코마’는 2021년 일본 전체 앱 마켓에서 비(非)게임 부문 매출 1위에 올랐다.
글로벌 콘텐츠시장이 미국 할리우드 중심에서 다극화하는 추세는 K콘텐츠 전성시대의 지속가능성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K콘텐츠의 소프트파워를 지속하려면 세계인이 공감하는 메시지를 함께 만들어 가는 내러티브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