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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브랜드의 무한동력은 K부심으로부터!
박재항 브랜드 전략가, 한림대 글로벌학부 겸임교수 2022년 03월호

“이게 메딘쩨(‘Made in’ 라벨이 붙은 제품을 뜻함)예요.” 당시 이 단어가 쓰일 때는 국산 공산품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품질이 우수하고, 쉽게 보기 힘들고 그래서 값이 비싼 제품, 즉 ‘외국산 제품’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어느 나라에서 생산했는지 표시하는 게 국가브랜드의 가장 기본적인 협의의 기능이다. 국가 이름이 긍정과 부정의 연상 작용을 일으키고, 특정한 이미지를 형성할 때 비로소 브랜드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메딘쩨’라는 단어는 사라졌으나, 외국제에 대한 선호는 한동안 줄지 않았다. 동전의 양면처럼 ‘한국제’는 품질이나 디자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2000년대 이전에는 한국 회사가 제조한 제품이어도 일본 회사의 제품이라 소개하면 소비자들이 더 비싼 가격이라도 지불할 의사를 보이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외국인의 시각과 편견도 문제였지만, 한국인 중에도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과거에는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을 일본 출신으로 착각하는 것을 은근 즐기는 모습까지도 목격하곤 했다.

운 좋게 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전자기기와 자동차 분야의 우리 브랜드들이 밑바닥에서부터 짧은 시간 내에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 잡는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두 분야 모두 일본에서도 최고가 아닌 그 밑 단계의 기업들에서 구걸하다시피 기술을 전수받아 시작했고, 1990년대 말까지도 오직 싼 가격으로만 승부하는 싸구려 저급품 취급을 받았다. 그런 브랜드들이 이후 10년 만에 일본 기업들을 먼발치에 떨어트리며 최고의 반열에 들었다. 20세기 이후 세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두 산업에서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브랜드 신화를 만들었다. 

국가브랜드 차원에서도 한국은 전례 없는 브랜드 신화를 만들었다. 세계 최빈국으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화한 유일한 사례가 한국이다. 1980년대 말 절정에 달했던 일본 브랜드의 위세는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거품이 꺼지며 ‘잃어버린 10년’에서 20년, 30년으로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문화산업에서도 그 영향력은 대폭 줄어들었다.

한국은 전자기기·자동차 산업으로부터 시작해 경제력을 넘어서 문화·사회 일반에서까지 한국만의 독특한 성격을 담은 창조물들을 전 세계를 향해 발산하며 각인시키고 있다. 해외문화홍보원에서 매년 시행하는 국가이미지 조사 결과를 보면 K팝과 영화, 문화유산, 스포츠 등이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조성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하면 생각나는 인물 상위 10명 중 8명이 가수, 배우, 스포츠 선수다. 재밌는 점은,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한국의 문화콘텐츠들은 대개 예전의 한국인이라면 감추고 싶은 부분들을 소재로 했다는 것이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부터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을 보라. 부러 천박한 유흥 행태, 빈부갈등과 과도한 경쟁심을 드러내는…. 화려한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부분들이 도사리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모습에 관심이 많다.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에는 고통받았던 과거가 큰 자산이다. ‘K’라는 접두어가 붙은 많은 것이 다른 나라에서 이미 실행해 본 것이라도, 식민지와 참혹한 전쟁, 가난의 시대 등 역경을 이겨낸 한국이 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나도 할 수 있다’라는 희망과 동행을 상징할 수 있는 국가브랜드를 실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브랜드에서는 외부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태도와 자세가 중요하다. 이를 ‘내부 브랜딩’이라고 하는데, 국가브랜드에도 필요하다. 공격적·배타적으로 가지 않으면서도 한국인 스스로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K’라는 상징요소가 국가브랜딩으로 정착한 지금, 그것이 우리의 국가브랜드를 지속해서 확산·발전시키는 무한동력을 제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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