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이슈
“실제 행동 변화를 가져올 아웃풋 측면에 집중해야…내부 배타성도 해소할 필요 있어”
이인복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22년 03월호

우리나라의 소프트파워 증진 전략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프트파워 현황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고찰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목적에서 「공공외교 및 공공원조를 통해 보는 한국의 소프트파워 발전 전략: 설문 및 설문 실험을 중심으로」 보고서가 지난해에 발표됐다. 연구를 총괄한 이인복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만나 한국형 소프트파워 전략과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소프트파워란 무엇인가?

소프트파워는 군사·경제 등 물리적 힘을 뜻하는 하드파워와 달리 문화·매력·대외정책 등을 통해 타자가 자발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행하게 하는 힘을 말한다. 무력 분쟁의 감소나 WTO 등의 영향으로 자유무역에 반하는 하드파워의 영향이 제한되면서 자연스레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공적 원조, 공공외교 등 주요 소프트파워 정책 수단의 예산이 매년 상당한 규모로 증가하는 추세다. 


소프트파워의 가치는 측정 가능할까?

각종 기관에서 소프트파워 조사를 하지만 랭킹과 지표 생산의 기준이 합의돼 있지 않으며, 그렇게 측정된 값이 하드파워와 얼마나 구분이 되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에 실제 효과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어떤 조사에서는 인구·무역·경제력 등을 소프트파워 지표에 포함시키는 반면, 다른 곳에서는 이를 하드파워로 보기도 한다. 지표 구성 요소에 대한 합의가 있다 해도 예를 들어 인구와 올림픽 메달 수가 동일한 정도의 공헌을 한다고 볼 수 있을지 등 각각의 요소가 어느 정도의 상대적 중요성을 갖는지 따져봐야 한다.


소프트파워의 효과를 높이려면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

지금까지는 소프트파워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자원과 요소들, 즉 인풋에 기반해 소프트파워를 측정했으나 이제는 ‘실제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의 공적 원조를 받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중국이 상당한 규모로 지원했음에도 중국에 대해 낮은 지지도를 보이는 반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미국에 대한 지지도는 높게 나타났다. 공적 원조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마음을 얻는 것(Winning hearts and mind)’이라는 점에서 미국은 성공적인 소프트파워 수단(아웃풋)을 갖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어떤 부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까?

소프트파워 지표로 알려진 요소들에 대한 실증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최근 대중문화의 영향력이나 일부 기업들의 세계시장에서의 선전, 초기 코로나19 방역 사례 등으로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됐지만, 이것이 국제관계에서 실제적인 힘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앞으로는 한류의 긍정적 이미지가 한국 제품에 대한 구매의욕으로 이어지는지, 한국이라는 국가와의 교류 증대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는지 등 파급효과 여부를 확인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 소프트파워 정책수단을 평가한다면.

우리의 공공외교 및 공적 원조는 일부 국가에 집중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보통 공적 원조의 경우 유엔 총회에서 우리와 같은 의견을 내는 쪽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데, 우리는 우리와 반대되는 쪽에 원조를 주고 있다. 또한 우호적 무역관계 등의 요소를 고려하기보다는 주요 공여국의 원조 정책을 답습하는 경향을 보였다. 공적 원조와 공공외교 간 상관관계에서도 각 요소는 상호보완적이거나 대체적인 관계가 아닌, 특정할 수 없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그간의 공공외교와 공적 원조에 독자적이고 통합적이며 포괄적인 전략이 부재했음을 시사한다.


향후 한국형 소프트파워 전략이 나아갈 방향은.

대상국별 다양성에 맞춰 각 나라가 고려하는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현황 분석을 해봤더니, 예를 들어 한국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데 베트남, 태국 등의 경우 사회 부문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며, 일본·프랑스 등은 정치외교 부문이, 영국과 호주 등은 경제 부문이 작용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한 대상국 국민의 연령, 성별, 국가적 관계에 대한 인식 등을 미시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젊은 층, 여성 등 한국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계층에서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만의 강점을 살리려면?

공여국과 수원국 국민 모두 도구적인 이익을 강조하는 접근보다는 보편적이고 포용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접근을 추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을 이뤄내고 경험한 국가다. 우리가 겪은 성공과 실패를 나누며 함께 고민하는 일에 참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또한 투입된 예산·인력, 한국에 대한 인식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체계 등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 분석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소프트파워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공공, 민간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일까.

정부와 민간의 역할은 다르다. 정부는 정책수단을 통해 소프트파워 증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으며, 민간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외국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업도 정부가 개입된 것이 알려지면 그 선호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하는 연구도 있다. 정부는 대중문화 등 민간이 제 역할을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며, 국가이미지 제고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외교·안보·문화유산, 공적 원조 및 공공외교 등의 분야에 힘써야 한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노력해야 할 점이 있다면.

우리 내부의 배타성, 특히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한 시선과 태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한국의 국제 공헌 및 소프트파워를 증진하기 위해 기울여온 많은 노력이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대처로 타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별 인종차별 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높은 편에 속하며, 법적·제도적 장치 등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다. 내부 배타성과 통합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제도적 해결 없이는 다른 나라가 우리의 매력으로 인해 우리가 원하는 바를 행해줄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정아 『나라경제』 기자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