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쓰고 버리는 것만큼 편리한 것이 없다. 가볍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컵, 용기뿐 아니라 비닐봉지 등 일회용품 사용은 불가피할 정도로 생활 속에 녹아 있다. 이렇게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은 자원 낭비, 쓰레기 소각 또는 매립에 따른 문제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커피 수요가 높아지고 테이크아웃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일회용 컵 사용량이 많이 늘어났다. 일회용 컵을 주로 쓰는 커피전문점·제과점·패스트푸드점 수는 2008년 가맹점 기준 3,500여 곳에서 2018년 3만549곳으로 급증했다. 일회용 컵 연간 사용량도 2007년 약 4억2천만 개에서 2018년 25억 개로 증가했다. 재활용 쓰레기로 분리배출해도 재활용되지 못했다. 페트(PET), 폴리스티렌(PS), 폴리프로필렌(PP) 등 컵마다 재질이 달랐고 음료수나 이물질이 남아 재활용품 선별장에서는 애물단지가 됐다. 재활용률은 5%에 불과했다. 2018년 폐비닐 수거 대란 이후 쓰레기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는 커졌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재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소비자가 일회용 컵을 사용한 뒤 반납할 때 보증금을 반환받는 제도다. 올해 6월 10일부터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커피·음료·제빵·패스트푸드점에서는 포장용 일회용 컵에 대해 1개당 300원의 보증금을 부과해야 한다. 전국 3만8천여 개 매장에 적용된다.
일회용 컵 보증금은 별도로 마련된 무인회수기나 커피전문점 등에 컵을 반환하면 돌려받을 수 있다. 별도의 수거 체계를 갖춤으로써 무단 투기됐던 일회용 컵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보증금제 적용대상 컵은 규격을 통일해 표준용기(투명 페트, 표백 크라프트펄프, 인쇄 금지)를 사용함으로써 고품질의 재생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환경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사용한 일회용 컵을 다시 일회용 컵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행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준비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통해 환경오염 저감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컵의 회수율이 높아야 하고 수거된 컵을 이용한 고품질의 재활용품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여러 플라스틱이 섞여 건축용 자재, 정화조 등 품질이 낮은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활용됐으나 투명 페트는 식품용기로 반복 재활용이 가능해 재생원료로 수요가 많다.
컵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커피전문점뿐 아니라 손쉽게 반환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아야 한다. 소비자의 편의성을 고려해 무인회수기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적용대상 사업자들은 회수된 컵의 적재공간 확보, 타 브랜드의 컵 반환, 보증금 현금 반환 등을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동안 커피전문점의 일회용 컵 사용에 대한 환경 책임은 폐기물부담금 납부에 그쳤다. 사업장 규모 등을 이유로 면제된 곳이 많아 환경오염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간 미뤄져 왔던 환경오염 책임을 지기 위해 커피전문점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보증금 300원은 높은 반환율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낮은 금액이다. 단계별로 보증금액을 높여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
일회용 컵 보증금은 환경오염을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로 부과하는 보증금이다. 일회용 컵 사용 비용을 높여 사용량을 줄이고 다회용 컵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매장 내 일회용 컵은 사용이 금지됐기에 개인 컵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여 개인 컵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 환경오염은 더욱 심화했다. 많이 생산하고 많이 버려야 기업의 이익이 커지는 구조라면 기업도, 우리 사회도, 지구도, 건강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효율과 편리를 추구한 만큼 그에 상응한 대가를 확인했고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