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장인 안 이달고는 콜롬비아 학자인 카를로스 모레노가 고안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15분 도시’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발표했다. 15분 도시는 집에서부터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사무실, 유아원, 병원, 상점, 학교, 공원 등을 이용하면서 일상활동을 할 수 있는 ‘집에서 가까운 도시(city of proxi mities)’를 만드는 것이다.
파리는 15분 도시 개념을 미니메스 지구(Minimes Barracks)에 적용했다. 기존 건물을 공영주택단지와 보육원, 식당, 사무실, 의원 등의 복합용도로 재건축해 일상생활을 위한 기초시설을 배치하고 주차장은 공원으로 리모델링했다. 5분 거리에 있는 바스티유 광장은 교통 중심지에서 보행자 중심 공간으로 재정비했고, 리퍼블리크 광장 등도 보행자 중심의 광장으로 정비했다. 코로나19 이후 교통혼잡 완화, 사회적 거리 두기, 탄소중립 등을 위해 설치된 자전거 전용도로는 영구화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파리 의회는 15분 도시로의 재편을 촉진하기 위해 지역을 잘 아는 17개 자치구의 권한과 역할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15분 도시를 위한 파리 협정’을 체결했다. 또한 도로 전환, 녹지와 자연 확충, 지역 공공서비스 유지·개선 등을 위해 250개 사업을 지난해 처음으로 선정해 3억4천만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 사업은 주민에 대한 생활서비스를 개선하고 도시 유산을 지키며 더욱 풍요로운 도시를 조성할 목적으로 선정됐으며, 각각 회복·혁신·신규 사업으로 구분해 추진된다. 파리 15분 도시가 지닌 계획적 측면을 중심으로 시사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주거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 집에서 15분 거리에서 일자리, 여가, 쇼핑, 교육, 문화, 산책과 휴식, 공유 및 재사용, 생물다양성 등 다양한 기능을 복합적으로 누릴 수 있는 자립적인 생활권으로 개편한다. 어디에 거주하든지 수준 높은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주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탄소중립과 도시의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도시의 대표적인 공공 공간인 도로와 광장, 학교를 주민을 위한 삶의 공간으로 전환한다. 도로는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의 조용한 거리로, 주차장은 자연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고,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길을 조성하며 다양한 상업 및 지역 활동을 연계해 생활 활력을 높이고자 한다. 학교는 방과 후나 주말에는 주민을 위한 활동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학교 앞은 안전하고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어린이 가로로 바꾸며, 환경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조성한다. 광장은 공유 텃밭을 조성하는 등 이웃과 주민을 위한 친근한 공간으로 개편한다. 이는 모두 도시공간의 사회적 가치를 다시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셋째, 주체로서 주민을 중시하면서 문화와 소통을 강조한다. 파리의 경우 일상에서 문화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문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시민들이 서로 만나고 돕고 조언을 구하고 공공행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시민 키오스크’를 설치한다. 공공은 청소, 안전 등 주민 활동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사항을 개선하고 디지털 혹은 일시적 운영 등을 통해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시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 참여를 촉진한다.
이러한 15분 도시 개념은 도시 기후 리더십 그룹(C40)에서 도시정책으로 채택됐으며 미국, 캐나다, 영국, 중국 등 많은 국가와 도시에서 적용하고 있다. 이제는 개발 중심의 도시계획에서 벗어나 탄소중립과 삶의 질 개선 등을 위한 도시생활계획(urban life planning)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주민의 일상생활에 초점을 두고 주민 중심의 상세한 공간환경 진단 및 평가를 통해 개선사항을 발굴해 공공 공간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주민이 주체로서 지속 가능한 역할을 확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