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세대 갈등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나 생각할 정도로 세대 이슈가 뜨겁다. 세대 갈등은 왜 일어나는가?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복잡한 메커니즘이 있지만, 다음의 3가지 효과가 핵심이다.
첫째, 또래집단(cohort) 효과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또래집단은 역사적·사회적·문화적으로 겪는 경험이 유사하므로 그들만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Z세대는 서태지를 좋아한 세대와 같은 특성일 리 없다. 둘째, 나이(age) 효과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나이와 생애주기에 따라 특성이 다르다. 누구나 젊을 때는 다 혈기가 넘치고 기성세대보다 더 진보적인 모습을 보인다. 셋째, 기간(period) 효과다. 나이와 상관없이 특정한 기간에 같은 사건이나 상황을 겪은 사람은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 예컨대 X세대는 5.18 민주화 운동의 영향으로 다른 세대에 비해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
일면 세대 차이와 세대 갈등은 당연해 보인다. 그럼 선후배 세대 간 화합을 위해선 서로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소설 속 노인과 소년은 선후배 세대 간 이상적인 소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노인이 전하는 선배 세대의 소통 노하우부터 살펴보자.
첫째, 겸손함이다. 늙는 것은 필연이지만 성숙한 것은 선택할 수 있다. 노인 산티아고는 바다와 오래 함께해서 바다를 닮은 것일까? 그에게서는 넓은 마음과 겸손이 절로 흘러나온다. 선배 세대는 나이가 많다는 것만으로 후배 세대에게 반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둘째, 칭찬이다. 노인은 친절하게 그의 식사를 챙기는 소년의 태도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넌 참 친절하기도 하구나. 자, 그럼 어디 먹어 볼까?”라며 말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상대방에게 던지는 사소하지만 진실한 칭찬은 상대에게 전해진다.
셋째, 감정이입이다. 노인이 상대를 대하는 마음은 가히 끝판왕 수준이다.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는 순간에도 “저 고기 놈이 돼보고 싶구나”라고 감정이입하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노인이 소년을 대하는 모습이 그렇다. 늘 소년의 입장이 된다.
또 소설 속 소년 마놀린의 모습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후배 세대에 필요한 소통 노하우를 3가지로 갈무리해 본다. 첫째, 바른 성품이다. 소년은 날마다 노인이 빈 고깃배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가슴 아파한다. 소년은 늘 노인을 마중 나가 낚싯줄과 갈고리를 챙기는 등 노인을 돕는다. 소년은 진심으로 노인을 친할아버지 이상으로 살뜰히 챙긴다.
둘째, 존경이다. 어린 소년은 할아버지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지킨다. 단지 나이 든 노인이어서가 아니다. 소년은 노인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존경까지는 어렵다면 적어도 선배 세대를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셋째, 역지사지다. 소년이 노인에게 더 잘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선배 세대를 대하는 후배의 마음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소년처럼 선배를 배려하고 진심으로 위하는 그런 마음 말이다.
『노인과 바다』에서는 소통의 본질은 한마디로 ‘사랑’이라고 강조하는 듯하다. 세대 간 소통도 ‘사랑’이 전제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질문 하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과연 나는 함께하는 사람에게 어떤 존재일까?”라고. 당신은 지금 함께하는 선후배에게 어떤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