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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정책 강화가 사회구성원의 화합과 소통 보장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2022년 05월호


최근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젠더 갈등은 과거의 지역 갈등과 같이 중요한 득표 전략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증폭이든 반등이든 최소 표몰이에서의 효용성을 입증했다. 평등과 공존, 존중과 상호인정을 통한 국민화합 대신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갈라치기’가 주력 전술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도덕성에 타격을 주기보다는 현실적 수익을 보장할 것이라는 초라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젠더 갈등의 배경에는 사회 변화가 초래하는 위기와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경쟁 상대로조차 여기지 않았던 자들과 동등해지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과 불쾌감, 압도적 우월성을 증명하고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혐오를 불러일으켰고, 여성에 대한 비하와 경멸 그리고 폭력으로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경향을 부추겨왔다. 

증오를 증오로, 혐오를 혐오로 되갚는 방식으로 갈등과 긴장을 해소하려는 소용돌이 속에서 남성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남성으로서 얻는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군 문제 등에서 오히려 차별과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성평등 정책은 모두 ‘여성우대’ 정책이라는 남성들의 역차별론과, 성차별적 입시·채용비리, 임금격차의 지속, 젠더 폭력 심화 등에 따른 여성들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실망과 분노 속에서, 합리적이고 건강한 소통의 기회는 지연되고 있다. 

오는 5월 17일 6주기를 맞는 강남역 살인사건은 우리나라의 성별 갈등이 첨예화된 안타까운 사건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의 ‘생존’을 위해 젠더 폭력에 대한 국가적 대책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너무도 빈번하게 ‘잠재적 가해자’ 논리로 치환된다. 사회구조적 문제로서의 성차별은 이미 극복됐다는 항변과 비난의 뒤엉킴 속에서 여성과 남성 모두의 불안과 불행만이 점점 명료해지는 형국이다. 과연 이 간극의 접점은 존재할 것인가? 있다면 그것은 어디로부터 올 수 있는가? 

여성가족부 해체가 젠더 갈등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보는 이유는 성평등 정책을 없애기보다는 성평등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이 사회구성원의 화합과 소통, 행복과 안전 그리고 일상의 평온을 보장한다는 증거를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발표되는 행복한 국가 순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는 성평등 수준 1, 2, 3위를 차지하는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합계출산율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성과 남성 간 기대수명의 차이가 작다는 특징도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성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이 상대를 더 잘 포용하고 존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이목을 끈 바 있다. 

이제 그 간극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것 같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도 전통적 성별규범에 대한 거부, 일상적 폭력에 대한 반대, 돌봄 분담에 대한 욕구, 공정성 확보, 동등한 권리 주체로서의 상호포용 등에서 연대의 접점을 찾아가는 일은 가능하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아직 다다르지 못한, 그러나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미래의 성평등한 사회는 모두의 안위 그리고 지속 가능한 공존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에서 더 많은 소통과 연대 창출을 위한 아낌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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