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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주기에 걸친 성소수자 차별…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상임활동가 2022년 05월호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하자. 당신에게는 성소수자 친구나 가족이 있는가. 커밍아웃은 아무에게나 할 수 없다. 상대가 받아줄 준비가 돼 있는지, 커밍아웃을 해도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혹시 모를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지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성소수자임이 드러날 때 그는 무엇을 감내할까. 그의 ‘정체’는 줄곧 비밀에 부쳐지거나 소문과 가십으로 전락한다. 부정적인 인식은 조롱과 경멸적인 농담으로, 그리고 직장 괴롭힘과 승진 배제, 퇴직 강요로까지 이어진다. 배우자가 이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과 경조사에서 누락되고 탈락하며, 입양과 출산의 자격 또한 얻지 못한다. 군대는 어떤가. 부대 안에서 성관계가 발각될 때 한쪽이 성소수자임이 밝혀지면 「군형법」상 추행죄는 그를 처벌한다. 합의된 성관계이거나 심지어 성폭력 피해자일지라도 그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범죄자가 된다. 

학교에서 성소수자임이 드러날 때 조롱과 괴롭힘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권 기반의 성평등 교육이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편견은 차별로 이어진다. 독립적인 자원과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청소년 성소수자는 취약한 여건 속에서 가정폭력과 탈가정 상황에 쉽게 내몰린다. HIV/AIDS 감염인은 어떨까. HIV에 감염된 사실만으로 병원은 필요한 치료와 수술을 거부하기 십상이다. 환자로부터의 감염을 예방하는 것은 의료인의 당연한 의무지만, 아픈 환자를 돌려보내는 것이 방법은 아니다. 

트랜스젠더에게 원하는 성별로 살아가기 위한 문턱은 과도하게 높다. 호르몬치료와 성별정정수술 등의 비용은 어떤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남들과 다른 성별의 외양을 갖는다고 취업과 학업에서도 배제된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여대 입학을 거부당하고 군대에서 강제전역당한 것이 불과 2년 전 일이다. 이들이 어떻게 노후를 맞이할지, 노년의 성소수자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사회에 태어나 성별을 부여받고 교육을 받으며 군대를 가거나 직장을 찾는 동안 더러는 연애를 하고 결혼과 출산·양육에 이어 노후를 준비하는 생애주기의 권리와 의무가 있다. 공기 같은 일상에는 수많은 제도가 하루하루 성원을 지지하고 규율하고 훈육한다. 여기서 누군가는 제도나 사회적 인식과는 다른 몸과 생각을 갖고 살아갈 것이다. 어떻게든 적응하려 애쓰지만 실패하고, 개중에는 변화를 요구한다. 이를 불편과 성가심으로 생각하고 반대하는 이들은 제도에 맞지 않은 이들을 괴롭히고 차별하며 정상성을 보위할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상황을 헤아릴 필요는 없다. 다만 타인을 쉽게 예단하지 말고 이야기를 들어보자. 낯선 이의 삶에 마음을 여는 것은 물론, 나아가 그가 언제라도 부당한 차별을 당할 때 곁이 돼주는 것은 이웃을 대하는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책무이자 나를 위한 변화의 시작이다. 

성소수자 운동은 성소수자라는 범주가 그동안 담지 못했던 성소수자 이주민과 성소수자 장애인,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찾으며 사회적 변화를 모색한다. 그리고 성소수자뿐 아니라 공기 같은 일상에서 정상성을 강요받는 당신에게도 변화를 요구하자고 제안한다. 

일상을 만드는 제도는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를 나눠 한쪽을 표준으로 삼지만, 권리는 정체성과 성별을 막론하고 주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지금 우리가 평등한 권리를 이야기하고 차별을 사회적으로 고민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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