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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규정 법제화로 분쟁 예방할 필요
노상헌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2년 06월호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예방의 필요에 따라 급속히 확산된 재택근무가 일하는 방식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재택근무는 업무 효율 향상뿐 아니라 교통 정체, 도심 집중 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기존의 직장(장소) 중심에서 일(업무)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의 질적 전환’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근로 제공이 생활공간에서 이뤄지면서 발생하는 업무 지시, 근태 관리, 건강 관리 등의 문제 또한 적지 않다.

재택근무에 관한 법적 정의는 없다. 현재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 ‘근로자가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자택, 사용자가 제공하는 별도의 사무실 또는 특정되지 않은 장소에서 정보통신기기 등을 이용해 근무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즉 ①주로 자택이나 ②지정하는 공유사무실 등에서 ③모바일기기 등 IT 기술을 기반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활용되고 있는 원격근무 등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IT 기술을 활용해 일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를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재택근무와 관련된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본질적 문제와 운영과 관련된 문제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질적 문제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사용자가 재택근무를 지시하면 근로자는 이에 따라야 하는가’, 역으로 ‘근로자가 재택근무를 요구하면 사용자는 허용해야 하는가’다. 재택근무는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상정한 통상의 노무제공 방법이 아니다. 사용자는 근로자의 사적 공간을 동의 없이 근로 제공의 장소로 지시할 수 없으며, 근로자는 사업장 이외의 장소에서 근무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 따라서 근로계약으로 약정하거나 코로나19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택근무를 지시하거나 요구할 수 없다. 재택근무로 일과 생활이 장소적·시간적으로 혼재하고 교착하는 문제에서 현행법 규정은 명확한 기준이 되지 못한다. 

팬데믹으로 확산된 재택근무가 팬데믹 이후에도 새로운 일하는 방식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에 재택근무에 관한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재택근무 가능 업무, 신청 및 승인 절차, 근태 관리, 정보보호, 통신장애 시 근무 방법, 장비 지원, 안전보건 등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으로 제정하거나 별도의 재택근무 규정을 근로자와 협의해 정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재택근무를 둘러싼 법적 분쟁을 예방해야 한다.

재택근무 운영 측면에서 보면, 재택근무자는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계약 관계에 있으므로 변함없이 노동법이 적용된다. 다만 재택근무의 특성상 근로자의 자택이나 사용자가 지정하는 사업장 이외의 장소에서 근로가 제공돼 사용자는 근태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다. 이러한 업무 공간과 시간의 분리에서 발생하는 불일치의 문제는 IT 기술의 발달로 업무 지시와 근로 제공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재택근무 규정 등에서 합리적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업무 과정보다는 업무 성과를 더 높게 평가하는 재택근무에서는 근로시간 관리와 건강 배려가 중요하다. 재택근무가 근로시간과 생활시간의 구분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어 근로자는 소정 근로시간을 넘어 항시 대기해야 하는 상태에 놓이고, 업무 성과를 위해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과 같이 근무시간이 아니면 업무적인 이메일이나 전화, 메시지 등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다만 문자 메시지, SNS 등 각종 통신수단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업무처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업무처리 시간을 단축하는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근무시간 외 업무와 관련해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고, 업무의 내용을 고려해 재택근무자가 연결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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