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NFT시장 규모는 400억 달러(47조9,200억 원)로 2020년 10억 달러(1조1,980억 원) 대비 40배 성장했다.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NFT는 콘텐츠 원천 주소, 파일 설명 등의 메타데이터를 적은 디지털 등기부를 말한다. 원작자가 창작물의 NFT를 발행하고 블록체인에서 거래하면 원본임을 입증할 수 있고, 임의 수정이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거래 기록이 저장되기 때문에 소유권도 보장받는다. NFT엔 고유번호가 부여되는데, 해당 작품을 복사해 NFT를 발행해도 고유번호는 복사가 안 돼 원본 NFT를 대체할 수 없다.
NFT가 등장하면서 예술산업과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간송미술관은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훈민정음해례본을 디지털화한 NFT를 개당 1억 원으로 100개 판매했다. 이 NFT가 1억 원에 팔린 이유는 한정 수량으로 만들었다는 ‘희소성’ 때문이다. 구매자들은 이 NFT의 희소한 가치가 앞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예술계에선 간송미술관처럼 NFT를 창작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NFT 도입으로 안정적인 거래와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와 달리 디지털 파일의 원본과 소유권 입증이 가능해 판매가 용이해졌다. 또한 2차 거래에서도 창작자에게 수수료가 들어오게끔 설정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NFT로 P2E(Play to Earn)게임에서 돈을 벌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NFT는 게임 아이템의 소유권을 주는 것이라, 호환만 되면 한 게임의 서비스가 종료돼도 다른 게임으로 아이템을 옮길 수 있다. 게임이 사라져도 이용자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은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다만 NFT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지표들이 나오면서, 시장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더블록에 따르면 올해 6월 첫째 주 NFT 거래는 14만8천 건으로 올해 초 97만 건보다 85% 감소했다. NFT시장 분석 업체 넌펀저블은 NFT 평균 판매 가격이 지난해 11월 약 5천 달러(약 640만 원)에서 올해 3월 2,500달러(약 320만 원)로 50%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크립토펑크와 지루한원숭이(BAYC) 등 주요 NFT 프로젝트는 가장 낮은 가격(바닥가)이 한 달 사이에 30~40% 떨어졌다. 가상자산시장의 침체,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금리 인상 등 대내외적 요소의 영향도 있지만 NFT시장의 거품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NFT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각종 해킹과 부정거래도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해커가 BAYC 공식 SNS 계정을 해킹한 뒤 피싱 링크를 올려 NFT를 탈취한 사건이 있었다. 피해만 수십억 원 규모다.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씨의 전 직원은 내부정보를 활용해 NFT를 미리 사들이고 판매해 2~5배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인물이나 단체가 NFT를 시장에 내놓고 되사면서 가격을 부풀리는 ‘자전거래’로 110명이 108억 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NFT를 자금세탁에 활용하는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다. 주로 사기·도난 자금이 연루된 불법주소에서 NFT 마켓플레이스로 전송됐고, 그 금액은 지난해 3·4분기에 29억 원에 육박했다.
블록체인의 익명성을 악용하는 사례는 더욱 빈번해질 수 있어 규제기관의 관리·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NFT시장이 법적 테두리 밖에 있어 신뢰를 형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편 NFT 업계 관계자들은 조정 단계를 거치며 옥석을 가려내는 시기라고 말한다. 앞으로 NFT 기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우수한 플레이어들이 남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NFT는 부침을 겪더라도 다양한 산업에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NFT시장의 성장을 보조하고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법적 시스템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