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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활성화 이전에 사회적 이익이 무엇인지부터 밝혀야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2022년 07월호
 
가상자산의 동향을 집계하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6월 13일 기점으로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무려 1만9,829종, 시가 총액은 1조 달러에 이른다. 

자산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며 유·무형 모두 가능하다. 디지털 음원·소설은 무형의 자산이며, 이 경우 정보 자체가 가치를 가진다. 유형의 자산도 디지털화해 보관하고 거래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1그램 단위로 금을 거래할 수 있는데, 모두 디지털화된 정보를 사용한다. 이때 금은 ‘기초자산’ 역할을 하고 디지털 정보는 기초자산의 소유권을 나타내는 증표 역할을 한다. 실물 금은 한국예탁결제원에 안전하게 보관되며, 이 과정에서 거래자들은 안전하고 편리하게 금을 사고팔 수 있다.

한편 ‘가상’자산은 말 그대로 실체가 없다. 그 자체로 정보나 가치를 가진 것이 아니며, 유형자산의 권리를 나타내는 증표도 아니다(스테이블코인 등 일부 변형도 있지만, 이는 ‘가상’자산이 아니다). 그런데 누군가 거래를 시작하면, ‘거래가’라는 것이 형성된다. 그렇다면 이 ‘거래가’ 자체를 ‘가치’로 볼 수 있을까? 우선 가상자산시장 규모가 1조 달러라는 것부터 살펴보자.

가상자산은 기초자산 없이 컴퓨터 코드로 찍어낸 의미 없는 ‘숫자’(이하 코인)에 불과하다. 코인은 운영자가 임의로 무한대로 발급할 수 있으며(비트코인은 운영자의 개입이 어느 정도 제한되지만, 대부분은 임의로 발행한다), 그 발행을 제한하는 아무런 법적 장치가 없다. 발행에 사실상 비용이 들지 않으며 코인의 시가 총액은 오직 평가액만 존재하므로 의미가 없다. 금은 갑자기 두 배로 늘어날 수 없지만, 코인은 수조, 수십조 배로도 쉽게 늘어날 수 있다. 새로운 코인도 하루에 수십 개 늘어날 수 있고 이 중 단 한 개만 거래돼도 총발행량을 곱해 시가 총액을 다시 산정한다. 코인의 시가 총액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또 다른 이유다. 

시장의 육성은 그 크기가 아니라 사회적 이익이 무엇인지를 따져 판단해야 한다. 주식은 사행에 기댄 거래자의 불로소득 시장 경향성이 있지만, 발행자는 자신의 자산을 증권화한 다음 내다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자본시장이다. 따라서 발행자의 불로소득은 아니다. 그러나 코인은 거래자의 불로소득이자 발행자의 불로소득이다. 발행자는 자신의 자산을 내다 판 것이 아니라 무한대로 발행할 수 있는 아무런 의미 없는 디지털 숫자를 내다 팔기 때문에 코인을 아무리 발행해도 기업의 자산은 하나도 줄어들지 않고 불로소득만 계속 들어오는 구조다. 즉 오로지 불로소득만이 존재하는 기형적인 시장이면서, 상대의 돈을 뺏어야 이득이 발생하는 완전한 제로섬 게임이다.

코인시장이 커질수록 불로소득 시장이 커진다. 불로소득 시장이 커지게 되면 근로 의욕이 저하되고 아무도 근로하려 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 코인시장이 커지면 이제 수많은 제조업체도 기술개발을 멈추고 모두 코인을 발행해서 불로소득을 추구하려 할 것이다. 그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지난해 LG전자는 약 4만5천 명의 고용을 창출하며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봤고, 신한은행 1만 명의 직원이 2조 원을 벌었다. 그런데 코인 중개소인 업비트는 고작 400명으로 무려 2조 원을 벌었고 영업이익률은 90%에 육박한다. 비용(=하는 일) 없이도 수수료만 챙기는 희한한 구조가 만든 경이적인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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